[아침햇살] 도곡동 땅 진실은 무엇일까?

고하승

| 2009-12-23 15:48:49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2007년 8월 16일 오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해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심지어 그는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한 박근혜 후보 측을 향해 “오늘 TV토론 전까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실제로 지난 한나라당 경선때 박근혜 캠프 고문이었던 서청원 대표는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007년 7월 3일 인천 연설에서 "포철 회장(김만제)에게 직접 들으니 이 후보가 '이 땅이 내 땅인데 포철에서 사달라'고 해서 현역 국회의원이 이야기하는 것이고 해서 20억원에 사들였다고 하더라"며 "이명박 후보는 처남 땅(김재정 씨)이라고 하면서 '나는 모른다. 아니다'라고 거짓말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최초로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 파란을 일으켰었다.

문제의 도곡동 땅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1282평(4240㎡) 넓이 4필지다. 이 가운데 가장 작은 306㎡짜리 169-4번지 땅은 1977년 이명박 대통령이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현대건설이 사들인 뒤 1985년 이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에게 팔았다. 매형이 사장으로 있는 건설회사의 땅을 처남이 사들였다니 의혹이 불거지는 당연한 것.

그 외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후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속되고 말았다.

당시 친박연대가 "도곡동 땅 문제 등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강하게 주장했다"며 "그런 서청원이 아무리 밉다고 해도 국가의 사정권은 정정당당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보복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런 도곡동 땅이 2년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대구지방국세청 실무자로부터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를 증명하는 문건을 보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신년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안원구(49)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을 만난 A씨는 "세무조사와는 관계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일(강남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적힌 문서가 발견된 것)이 있었으며 (세무조사 관련) 직원들은 (그걸) 다 봤다"고 말했다. 의 이 같은 보도는 안원구 국장과 A씨의 대화 녹음 내용을 입수해 기사화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 국장도 "강남 도곡동 땅 문건을 발견했다는 직원들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안 국장의 주장대로 지난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강남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이 '전표 형식'으로 발견됐고,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안 국장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인 점을 헤아려 '보안지시'를 내렸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즉 ‘도곡동 땅은 MB의 소유’라고 하는 문건이 확실하게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곡동 땅 사건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건의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날 경우, 정치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뜻이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007년 8월 “이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상은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해 12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해 초 실시된 특검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안국장과 A씨 등 ‘도곡동 땅은 MB소유’라는 문건을 보았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검찰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이를 다시 수사할까? 아니 수사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이미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쩔 수 없는 ‘정치검찰’임을 절감하고 있는 마당이다.

도곡동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도 빤한 결과를 국민들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데, 검찰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박근혜 후보는 사과하라”고 기자회견할 때, 뭔가 양심에 찔리는 것은 없었는지 이 대통령을 만나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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