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미술은 명품 쇼핑이 아니다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김유진

| 2010-01-04 17:03:02

(박정수 - 작가·미술칼럼니스트)

1. 사회적 산물로 태어난 생명체

우리 사회에 미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집에 미술품 한 점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 없다.

미술을 전혀 몰랐던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미술에 별 관심이 없다.

자식이 미술시장에 있기 때문에 화랑이나 갤러리, 이중섭, 박수근 정도는 아신다.

방송에서 심심찮게 ‘박수근, 박수근’ 하기 때문에 박수근은 안다. 하지만 자식이 미술 관련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면 여전히 관심 밖의 이름일 것이다.

피카소가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피카소 모르는 사람 많다.

부모님 친구분들 모두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우리나라 인구 중 미술에 관심 있는 5% 안에 속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술품은 관심 밖의 물건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러기에 보통의 쇼핑, 일반적인 구매 행위만으로도 그것이 미술에 대한 후원과 적극적인 참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단순히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서 그 투기 자금이 미술품 쪽으로 옮겨왔다는 말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문화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미술품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품의 시장이 활성화된다.

투자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인식 또는 증가이다.

최근에는 각 은행마다 PB팀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주식 다음으로 미술품을 소개한다고 한다.

미술품이 돈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생겨나야 될 필수적 유통 과정의 하나로 봐야 한다.

서초동의 모 은행 PB팀의 의뢰로 미술품 설명회를 가진 적 있었다.

많은 분들은 아니었지만 미술품에 관심이 있는 몇 분이 있었는데, 질문의 대다수는 누구의 작품을 구매하면 손해를 보지 않느냐와 값싸면서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제가 아는 작가 한 분이 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통화를 할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화랑에서 사면 300만원이고 자기한테 직접 사면 150만원이라고 하더군요. 화랑을 통하지 않고 사면 더 이익이 아닌가요?”

“미술품 유통 구조에서 보면 곤란합니다. 명품 핸드백 회사에서는 덤핑을 하지도 않겠지만 만약 했다가는 이미지만 망칩니다. 핸드백은 디자인과 회사, 매장, 마케팅 등이 하나로 묶여 인력을 관장하기 때문에 핸드백 스스로가 사람을 배신을 할 수 없지만, 미술품 판매 구조에서는 미술품이 언제든지 배신이 가능합니다. 미술품 스스로가 하나의 생명체이거든요. 미술품이 명품으로 자리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 사회가 가져다준 경제적 가치가 첨가되어 환금성이 유지될 뿐이지 시장 가치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거든요. 비싸다고 좋은 미술품인 것만은 아닙니다.”


2.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은 알고 있는 인상주의 미술이라는 것이 있다.

인상주의가 자리 잡기 전에 분명히 수많은 유형과 유파의 미술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상주의 미술이 생겨나던 시절에 같이 존재했을 다양한 다른 미술품들은 알지 못한다.

르네상스 시대가 지나고 나서 인간의 눈으로 본 주변 환경을 그린 그림들이 등장하자 그것은 당시로서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대다수의 화가들이 종교화를 그리고 신화나 왕이나 영주의 역사를 미화하는 그림을 그릴 때, 같은 시대의 주변 인물과 풍경을 그려대니 누가 좋아했겠는가.

그러나 그림도 아니라고 했던 미술품이 사람들을 배신하고 진정한 시대의 소산이 되었다.

인상주의는 살아남고 당시의 다른 미술품들은 죽었다.

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이런 생명력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명품을 가지고 싶은 이들은 명품이 자신의 계급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짝퉁을 사는 사람들은 젊은이들로 짝퉁임을 알고 산다. 허영 충족을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미술계의 짝퉁은 또 다르다.

미술계에서는 가짜 그림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것은 진짜 그림이 이름을 날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높은 가격에 매매가 활성화되어야만 가짜를 만들기 때문이다.

짝퉁은 짝퉁이며, 알고 사기 때문에 가격이 비슷하지 않다.

그러나 미술품의 짝퉁은 진품만큼 비싸다.

그래서 짝퉁이라는 걸 무조건 몰라야 한다.

미술품은 어떤 것이든 이런 알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명 미술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그 가치를 높여간다.

미술품이 명품 쇼핑과 비슷해서는 안 된다.

판매 방법에 있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명품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유통 구조 내에서는 경제적 허영기나 소비자의 신분 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 먹히기도 한다.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쓰자면 ‘지적 허영 유발’ 또는 ‘고부가 가치 약속’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명품 쇼핑이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품 구매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용어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술품 쇼핑은 사회적 계급에 따라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의해 전파된다.

짝퉁이 명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술품은 40만원이 40억이 될 수도 있다.

미술품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사회의 명품이다.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명품이 아니라 정신성을 이해해야 하는 사회적 생명체이다.

그래서 미술품은 보는 행위는 그것만으로도 퍽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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