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 ‘공천기준’ 철회하라
고하승
| 2010-01-05 17:41:06
편집국장 고하승
6.2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공천을 주도하게 될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5일 지방선거 공천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즉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사람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장 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친이(親李, 친 이명박) 선별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계파나 정실에 의한 공천은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사람을 골라 공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친이-친박’을 구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궤변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보자.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대통령의 뜻은 ‘원안 백지화’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뜻은 ‘원안+알파’에서 변함이 없다.
그런데 만일 충청권에서 ‘원안+알파’를 지지하는 인사가 공천을 신청하면 어찌 되는가.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는 한나라당 공천기준에 위배되기 때문에 당연히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당에서는 그가 친박계 인사라 공천을 못 받은 것이 아니고,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천 받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할 것이다.
결국 친박계라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 뜻을 무조건 존중하고 따라야만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과연 공당의 공천 기준으로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것들, 예를 들면 미디어관련법이라든지 4대강 사업 강행,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진행되는 것이 없다.
전폭적인 지지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는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즉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뜻을 무조건 따라야만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정치는 대통령 한 사람보다 4000만 국민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존재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뒤엎는 장 총장의 ‘공천기준’은 매우 염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각 언론에서 넘쳐나는 이비어천가(李飛御天歌)로 짜증날 지경인데, 한나라당 후보들마저 이구동성으로 이비어천가를 불러댄다면,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만일 그런 식으로 공천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국민을 짓밟는 행위로 간주돼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전멸을 당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반(反)MB’ 정서가 팽배해 있는 마당이다.
이 같은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장 총장은 이날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는 공천기준을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장 총장의 이번 발언은 충청권 지역 출마 예정자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라’는 압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각 시.도당 위원장은 사실상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한인 공천권을 중앙당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힘을 결집 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장 총장이 제시한 잘못된 공천기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해도 좋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 공천을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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