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왜, 세종시만 ‘여론’에 매달리나

고하승

| 2010-01-19 14:07:30

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홍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19일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당론변경을 공식화했다.

또 정운찬 총리는 아예 본업인 행정은 팽개치고 수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정치행위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이처럼 세종시 문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론’ 때문이다.

실제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 해법으로 여론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국민여론을 어떻게든 ‘원안 찬성’에서 ‘수정안 찬성’으로 돌려놓아야만 한다.

그런데 정말 웃긴다.

언제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국민여론을 의식하면서 일을 처리한 적이 있었는가.

없었다.

이른바 ‘MB 악법’이라고 불리는 미디어법의 경우 어떻게 처리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이 법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하기 전, 무려 1년여 동안 각 언론매체와 여론조사 기관이 수십여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미디어법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선 결과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반대 여론이 높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경원 의원은 “정책결정을 여론조사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었다. 국민 여론이야 어떻든 자신들이 마음먹은 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그것도 불법적인 행위로 법을 통과시키고 말았다.

특히 헌재판결 이후 국민은 미디어법을 재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마자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국민 여론은 절대반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장 중단하라거나 축소해서 사업을 실시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뜻대로 하라는 여론이 앞선 적은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

국민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을 보였던 정부와 여당이다.

그런데 유독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처럼 ‘여론’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여론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체 왜일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개과천선해서 모든 정책 결정과정에 국민여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세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하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은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사업과는 달리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여론을 원안 지지에서 수정안 지지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돈과 권력이 있다. 지금도 정부 예산을 가지고 충청도민들을 불러 시시때때로 잔치를 벌이는가하면, 해외여행까지 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 공무원들에게도 혈세를 ‘펑펑’ 나눠주면서 지역민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 ‘지역민 취업 100%’라는 황당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지역민들에게 사기를 쳐도 처벌받지 않는다.

더구나 지역감정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를 이용해 수정안 찬성 쪽으로 민심을 돌려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가 다 수정안에 반대하더라도 머릿수로 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이 더 많다.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여론은 수정안 지지 쪽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왜곡된 여론의 지지를 받아 수정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의 반대자들, 즉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박근혜 전 대표 측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이점을 노리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정책 추진과정에서 여론을 무시하던 태도와는 달리 여론에 적극적으로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그 ‘꼼수’가 참으로 더럽다.

하지만, 돈과 권력,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거짓말을 총 동원하더라도 결코 ‘진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 국민들의 현명함을 믿는다. 과오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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