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 누구를 위한 그림인가?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안은영

| 2010-01-24 15:03:44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누구를 위한 그림인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화가의 작품은 그 화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의 몇 배에 이른다.

몇 십 억 이상 가는 그림은 돈 많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니다.

미술품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부동산이 아니다.

눈 감고 사놔도 오르기만 하더라는 부동산하고는 다르다. 알아보고 접촉해보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림은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림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그림을 알아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세 다리만 건너면 전 국민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주변을 찾아보면 미술과 관련된 사람들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

그 사람을 찾아가자. 그 사람들과 친해지자.

그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의 세계로 당신을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집에 그림이 한 점도 없어요. 부모님 집에, 형님 집에, 누님 집에, 삼촌댁에 그림을 다 걸어주었거든요. 전시라도 한번 열면 현금이 없기 때문에 신세를 져야 하고 끝나면 선물로 그림을 줄 수밖에 없어요. 그것도 못하면 다음 전시 때는 아무도 안 도와줄 거거든요. 제 그림이 가족들 인테리어용은 아니지요. 그래도 작업실에 쌓여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전시 때마다 경제적 도움을 주거든요.”

이런 화가들에게 그림 한 점을 사주는 것은 엄청난 격려와 후원이 된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구매자 자신에게 좋은 투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행위가 예술에 대한 진정성의 표출이고, 미술에 대한 정중한 예의이다.

그러므로 코트를 팔아서라도 그림을 사야 한다.

몸의 치장과 정신의 고양, 뭘 선택하겠는가.

“친구들이 버린 그림 하나 달라고 하면 우선은 사라고 합니다. 비싸지는 않지만 저의 수입원이기 때문에 그냥 줄 수는 없거든요. 소주랑 바꿀 수도 없어요. 기어이 버린 그림이라도 달라고 하면 정말로 버린 그림을 줘버립니다. 맘에 들지 않은 작품이 아니라 정말로 버린 그림을요. 그러면 돌아갈 때 두고 가더라구요. 다음부터는 아무 말 안 해요. 하하하.”

그렇다. 화가에게는 그것이 먹고 살 식량이요 입고 지낼 의복이요 들어가 잘 지붕인 것이다.

그걸 공짜로 달라고 하는 건 얼마나 개념 없는 소린가.

“얼마 전 어떤 분이 찾아왔어요. 현금 2,000만원을 보여주면서 그림 100점을 그려달라는 겁니다. 인테리어용으로 쓴다면서 내 작품 포함해서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사해 달라는 겁니다. 솔직히 욕심이 나데요. 100점 정도야 맘먹고 하면 두 달이면 하거든요. 남의 그림을 베낀다는 것 때문에 고사했어요. 그러다 얼마 안 있어 가짜 그림 이야기가 막 나오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림, 공짜로 달라고 하지 말고 돈 주고 사자. 화가에게, 당신 자신에게, 사회에게 유익한 문화 행위이다.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을 계기로 그 세계에 들어가면 얼마만한 즐거움이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직접 겪어봐야 알 것이므로.

퍼포머 김백기의 퍼포먼스 '강'은 사랑, 기도,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행위자들에게 은유적으로 주어진 이름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관객과 소통을 위한 통로가 된다.

도심의 공간에서 행해진 움직임은 마음의 풍경으로 향하는 인도자의 것으로 해석된다.

퍼포먼스 '강'은 인간의 원초적인 서정성을 일깨우며 지극히 동양적이면서도 거대한 세계관과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행위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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