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는다
고하승
| 2010-01-27 14:19:33
편집국장 고 하 승
정부가 27일 계획대로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친박계의 반대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그럼 좋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딱 두 가지만 묻자.
우선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대체입법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개정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데 과연 이게 정상인가?
정부의 수정안은 사실상 원안을 백지화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 당초 세종시 원안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부처 가운데 9부 2처 2청을 이전을 하는 게 핵심이었다.
즉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정안은 이 가운데 핵심 노른자위격인 정부부처 이전 계획을 폐기함에 따라 ‘행정중심’이 아니라 그냥 ‘복합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목적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사업의 연속성을 주장할 수 없다.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사업의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원안을 백지화하고 수정안을 추진하려면 대체입법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정안에 대해 대체입법을 하려 들지 않고 있다. 마치 원안의 일부를 개정할 때 사용하는 것처럼 ‘전부 개정’이라는 희한한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정안은 종전 신행정수도건설의 후속조치로서 사업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토지가 수용될 예정지역이 동일하고, 사업시행자도 토지주택공사로서 동일하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지적 능력만 있어도 이건 “틀렸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한 학생이 부모님께 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에서 연필을 사겠다고 말한 후, 용돈을 타낸 다음에 그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막대사탕을 사먹었다.
‘연필’이 ‘막대사탕’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같은 문방구에서 동일한 학생이 산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환매권 때문이다.
강제 수용당한 토지가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쓰일 경우, 원 토지 소유주들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대체입법을 추진할 경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업의 연속성 운운하며 전부 개정이라는 희한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즉 ‘연필’이 ‘막대사탕’으로 뒤바뀌어도 같은 문방구에서 같은 학생이 산 것이니까 전혀 다른게 아니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친 김에 하나만 더 묻자.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통사정을 했다.
자기가 충청도에 가서 아무리 세종시를 원안대로 틀림없이 하겠다고 말해도 지역 주민들이 믿어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범죄 이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이 후보를, 충청도민들이 전폭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선거 보조를 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자기 대신 충청도에 가서 ‘세종시 원안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해달라. 자기를 믿어라. 틀림없다’고 신신당부했고, 박 전 대표는 그 약속을 믿고 ‘보증’을 서 주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보증인에 대한 채무가 있는 것이다.
자기 욕심 때문에 채무를 갚지 않을 생각이라면 최소한 보증을 서 준 사람에 대해서 만큼이라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대통령은 예의는커녕, 아주 기본적인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는 것이다.
정치하는 분들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국민과의 약속 따위는 내팽개쳐도 무방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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