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화랑 사무실의 세 모습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김유진
| 2010-02-07 11:05:22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미술 전시장에는 선뜻 들러도 그곳 화랑 사무실 문까지 열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무척 겁이 난다.
미술계 언저리를 15년 정도 맴돌던 나 같은 사람도 쉽지 않을 정도니 처음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궁금해도 뭐 하나 물어볼 도리가 없다.
화랑 사무실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데가 있거나 출입증이 있거나 해야 하나 보다.
화랑 사무실은 전시회를 구경하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화랑을 찾는 사람이 화랑 사무실을 무서워한다면 그 화랑은 누구를 위한 화랑인가.
작품을 구매해주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작품을 생산해 내는 작가들을 위한 도움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네 화랑 사무실 문턱은 높기만 하다.
최근에는 미술관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고 쉬운 전시, 대중의 접근이 용이한 전시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시만 쉬울 뿐이다.
사무실은 여전히 접근이 어렵다.
화랑 사무실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전시장에서 머뭇거리는 보통 사람들의 속내를 속 시원하게 풀어줄 방법은 없을까?
장면 1.
어떤 예술가가 화랑 사무실을 노크한다. 책상과 전화기, 책상 가득한 전시 팸플릿 등등.
“어떻게 오셨어요?”
“아, 네.... 그림 그리는 화간데요. 관장님 좀 뵐려구요.”
“무슨 일이죠?”
“포트폴리오 좀 보여드릴려구요.”
“두고 가세요.”
귀차니즘 모드. 이런. 슬그머니 문을 닫고 나올 수밖에 없다. 화가에게도 화랑 사무실 문턱은 높은가 보다.
어떤 용기 있는 사람이 화랑 사무실을 노크한다. 책상과 전화기, 책상 가득한 전시 팸플릿 등등.
“어떻게 오셨어요?”
“아, 네.... 작품 한 점 사고 싶어서요.”
“이리 앉으세요. 관장님 근처에 계시니까 잠시만 계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차 한 잔 드릴까요? 커피나 녹차 있습니다.”
“저.... 한 50만원에 살 수 있는 작품 있나요?”
“........”
순간 분위기가 팟! 서비스 모드에서 냉각 모드로.
장면 3.
어떤 사람이 화랑 사무실을 노크한다. 책상과 전화기, 책상 가득한 전시 팸플릿 등등.
“어머, 안녕하세요, 사장님. 지난번 작품 괜찮죠?”
“관장님은요?”
“곧 오실 거예요.”
“근처에 있으니까 관장님 오시면 연락주세요.”
“예, 예, 예, 예.”
무한대의 비굴 모드.
이지호의 ‘yellow-rhythm’은 바다의 광의적 현상으로부터 연상된 파문에서 시작된다.
바다의 표면에서 전개되는 물결에서 현재의 경험과 정신적 이데아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는 작가 자신의 실존을 이해하는 거대한 파노라마이다.
바다의 물결위에 올려 진 거대한 꽃 한송이는 영혼의 통로이자 생의 근원적 모태로서 발생하는 창작의 원류이다.
이지호, yellow-rhythm, 125×65cm, 장지위에 채색,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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