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김무성 원내대표께 묻는다

고하승

| 2010-05-10 17:28:45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의 토목전문가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들께서 한 번 믿고 맡겨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계천 신화도 우리에게 만들어 줬다”고 강조했다.

정말 황당하다.

그는 한나라당에 복당하기 이전인 지난 2008년 4월14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철회를 친박 복당의 전제조건으로 내건다면 복당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앞서 그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에는 “대운하는 우리나라에서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며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거대한 국책사업을 밀어붙이면 국론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런데 친이(친 이명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원내대표로 당선되자마자 이처럼 말을 바꾼 것이다.

물론 그는 ‘한반도대운하’와 ‘4대강사업’은 서로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자신은 대운하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4대강사업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4대강사업은 대운하의 전단계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4대강사업은 대운하의 변종사업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실제 4대강사업의 핵심은 4대강에 16개의 보를 막고 강바닥을 파내어 무려 5.7억m³의 골재를 채취하는 것으로 한반도 대운하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대운하 계획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초기에 4개에 불과했던 보가 16개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사업예산도 14조에서 22조2000억으로 크게 증가했다.

4대강사업이 완공된 후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터널을 뚫고 보에 갑문만 설치하면 바로 한반도대운하로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아직 터널을 뚫지 않았고, 갑문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래도 4대강 사업을 지지하면서 “국민들에게 최고 토목전문가인 이명박 대통령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겠는가?

그리고 지금 ‘청계천의 신화’라고 했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신화로 알려진 청계천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하는 말인가?

지금 청계천은 전 구간 조류발생, 수질악화 등으로 인해 ‘실패 토목공사’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07년 이후 18회에 걸쳐 사람이 직접 하천 바닥에 들어가 빗자루로 조류를 쓸어내는 청소(2007년 3회, 2008년 8회, 2009년 7회)를 했지만, 잦은 하상청소는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고, 부착조류가 떠내려가면서 투명도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의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조류 제거를 위해 빗질과 마사토를 뿌리는 등 2007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간 연인원 2147명의 인력을 투입하였고, 8308만원의 혈세를 사용했으나 수질오염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양재천 복원과 비교할 때, 양재천이 100점이라면 청계천은 0점이다.

과연 ‘0점짜리 신화’를 믿고 4대강을 제멋대로 파괴하도록 맡겨야 하는가.

아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사제들과 신자들이 미사를 마친 후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동성당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국미사가 열린 것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현재 국민의 70%이상이 당장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김 원내대표는 18대 총선 당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거대한 국책사업을 밀어붙이면 국론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발언을 지금도 똑 같이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만일 ‘원내대표’라는 눈앞의 달콤한 감투에 눈이 멀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더라도 최고 토목 전문가가 한다니까 믿어야 한다”고 말을 바꾼다면, 당신의 이름은 훗날 역사에 조롱거리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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