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보수대연합 시동...그러나
고하승
| 2010-07-14 16:58:09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14일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와의 합당을 성사시켰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별로 놀랄만한 일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미 수차에 걸쳐 보수대연합을 통한 ‘공룡정당’ 탄생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이날 한나라당은 168석의 과반정당에서 희망연대와의 합당을 통해 176석의 거대정당으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보수대연합은 궁극적으로 자유선진당과의 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16석을 가지고 있는 선진당과 합당할 경우 한나라당 의석은 192석으로 불어나 ‘공룡정당’이 된다.
이는 단독개헌 가능 의석인 200석에 육박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제1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 ‘보수대연합’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물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미 물밑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회창 선진당 대표가 지난 달 7일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보수대연합’을 거론한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 2002년의 판박이”라며 “보수 세력은 지금 이해타산을 따질 때가 아니라 대연합의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나라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한나라당 내 MB(이명박) 추종세력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MB의 심복 안상수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보수세력이 분열하면 반드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서 "보수세력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B세대’ 정두언도 지난 달 30일 정 의원은 지난 30일 오전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연히 (보수)대연합을 해야 하고 누구나 다 공감을 하는 문제이고 그렇게 움직일 거라고 확신한다”며 “(자유선진당과) 궁극적으로 합당이 좋겠고, 여러 가지 형태로 논의되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계 나성린 의원 역시 "빠른 시간 내에 자유선진당과 정책 연합 또는 합당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선진당 모두 절박한 상황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세종시 논란을 거치면서 돌아선 충청권 민심을 어떻게든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충청권의 맹주’라 불리는 이회창 대표의 선진당과 합당해야만 한다.
선진당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전국정당화의 길을 모색해 왔지만 6.2지방선거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전국정당화는커녕 충청권에서조차 충남지사와 충북지사는 민주당에 넘겨주는 수모를 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고 만 것이다. 이게 한나라당과의 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MB와 昌(이회창)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우선 MB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이회창 카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 한나라당 '전략통'으로 꼽히는 윤여준 전 의원은 "MB는 절대 박근혜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과 이원집정부제 개헌, 6월 지방선거 공천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박근혜 고립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킬 수만 있다면 MB는 기꺼이 ‘이회창 카드’를 수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MB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미 ‘정운찬 카드’와 ‘정몽준 카드’를 꺼내들었었지만 모두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회창 카드’를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昌 역시 넝쿨 째 굴러들어는 호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대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MB가 내민 손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원내 정당에도 끼지 못하는 초라한 선진당 후보로 차기 대선에 나가는 것보다 공룡처럼 몸집이 비대한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MB와 昌이 꿈꾸는 ‘보수대연합’은 ‘한나라+희망연대+선진당’이지만, 결과는 ‘이명박+이회창-박근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게는 이것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수도 있다.
보수대논객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MB와의 결별 플러스 알파’”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박근혜 없는 보수대연합, 즉 MB와 昌이 꿈꾸는 보수대연합은 외형상 성공할지 몰라도 내용상으로는 필패연합이 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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