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女축구대표팀, 獨 높은 벽에 무릎
월드컵 4강서 1-5 완패
차재호
| 2010-07-30 16:32:57
독일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태극소녀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최인철 감독(38)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축구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보쿰의 레비르파워 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과의 4강에서 1-5로 완패했다.
객관적인 기량은 물론, 체격의 격차 극복을 위해 체력이 약한 독일의 약점을 노렸지만 경기 초반에 잇달아 내준 골에 발목이 잡혀 결승 진출의 꿈은 좌절됐다.
여자축구 인구만 100만 명이 훌쩍 넘는 독일의 수준은 한국보다 한 수 이상으로 높았다. 당연한 결과다.
초등부 18팀, 중등부 17팀, 고등부 16팀, 대학부 6팀, U-12 1팀, 실업 7팀으로 총 65팀 등록선수 1404명의 한국에 이번 대회의 4강 진출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스위스, 가나, 미국을 상대로 당당히 싸워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8강에서는 멕시코를 꺾으며 태극소녀들은 꿈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갔다.
전 국민이 들썩였던 2010남아공월드컵 때와 달리 철저한 무관심 속에 대회를 시작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여자대표팀의 위상은 달라졌다. 냉대 속에서도 태극소녀들은 이를 악물고 명예를 드높였다.
이번 대회 골든볼 후보에 이름을 올린 지소연(19. 한양여대)과 김나래(20. 여주대)는 남자 선수들에게 버금가는 관심을 모았고 최인철 감독은 여자축구의 대부로 불리며 재평가됐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이후 여자축구의 기본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대한축구협회도 한몫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이웃국가들이 세계적인 수준이 도달해 있었지만 한국은 한 발 늦었음에도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닦았다.
운동선수 경험이 없던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던 1세대, 중학교 시절에 육상이나 역도 선수를 지냈던 이들이 활약하던 2세대를 거쳐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축구선수로 성장한 3세대다. 3세대 만에 한국 여자축구는 환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꿈에 그리던, 남자도 하지 못했던 결승 진출을 이루는데는 실패했지만 소녀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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