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왜 하필, 지금 유정복 의원인가

고하승

| 2010-08-10 16:31:10

편집국장 고하승

8ㆍ8개각 명단에 한나라당 친박계 유정복 의원의 이름이 올랐다.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다.

얼핏 보면, 이른바 ‘MB 친위내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장관에 그를 앉히는 것으로 생색을 낸 것처럼 보인다.

즉 계파 화합을 위해 친박계에게도 장관 자리 하나를 ‘뚝’ 떼어 내 주는 선심을 베푼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왜 하필, 지금 농식품부 장관 자리에 친박계 이름을 올렸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유정복 장관후보자가 누구인가.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핵심인사다.

따라서 그가 일을 잘못처리 할 경우 박 전 대표가 ‘독박’을 쓰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럴 가능성은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한미FTA가 문제다.

미국은 한미FTA 발효에 앞서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한국과 재협상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실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주말 메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는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때까지 석달이 조금 넘는 촉박한 시간 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모든 부분에 대해 추가협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자동차와 쇠고기가 한국시장에 접근하는데 존재하는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대로 오는 11월까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반드시 마무리 짓기 위해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미국 내에서는 한미FTA와 관련, 이런저런 요구사항들이 많다.

미 섬유업계와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단시일내 없어지도록 돼있는 섬유조항의 문제점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가 하면, 미국 최대의 노조조직 산별노조총연맹은 투자와 정부조달, 서비스 관련 조항의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요구들을 모두 일축하고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모든 걸 감수하고라도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실무협상과정에서 최대한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 가운데 쇠고기 협상을 바로 친박계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무제한으로 수입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물리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은 한껏 올라갈 수 있다.

‘역시, 친박은 뭔가 다르다’는 소리를 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경우 국민적 저항과 반발에 부딪힐게 빤하다.

이미 이 문제로 인해 ‘촛불시위’ 경험이 있던 터여서, 국민들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그 여파는 박 전 대표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그림을 밑그림으로 그려 두고 내각을 구성한 것인지도 모른다.

쇠고기 협상 압력에 굴복해도 비난의 화살이 친이계를 향하는 대신 친박계를 겨누도록 유정복 의원을 농식품부 장관으로 내정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특히 ‘제 2의 촛불시위’가 발생할 경우, 박근혜 지지자들의 불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도 곁들여 있을 것이다.

지난 번 ‘촛불시위’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는 등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상당수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었다.

‘왜 하필, 지금 유정복 의원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답답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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