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의 황당한 ‘공정 사회구현’
고하승
| 2010-09-05 12:41:15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8.8 개각'을 통해 정부에 합류한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신임 장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공정한 사회 구현’을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려고 하는데 여러분들도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공정한 사회 구현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 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치명적 약점은 ‘도덕성’이다.
만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도덕성이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면,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조차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민은 도덕성보다는 능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른바 ‘묻지 마 투표’로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서 대기업의 CEO 자리에 오른 그의 ‘신화’가 국민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했고, ‘도덕성’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잘살게 해 주겠다는 데 누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부자감세’로 서민들이 대신 부족한 재정을 충당해야 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얄팍한 서민들의 주머니가 더욱 가벼워졌다.
도덕적 결함은 눈 감아 줄 테니 대신 일은 잘해 달라는 국민의 바람을 송두리째 뽑아 던지고 만 것이다.
그 대신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기득권 세력들만 살판나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도덕성 결여’라는 이명박 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와 그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낸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고, 결국 지난 6.2 지방선거의 참패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래서 내놓은 카드가 바로 ‘공정한 사회의 구현’이다.
정말 황당한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도덕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부다. 그게 국민의 선택이었다.
도덕성이야 어찌됐든 무조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제는 모르겠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정말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면, 자신의 딸을 특채한 유명환 장관만 잘라 낼 것이 아니라, 야당과 국민의 저항에 직면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임명을 철회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공정한 사회 구현’의 최대 장애물, 즉 ‘도덕성’의 치명적 약점을 지닌 자신을 스스로 도려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꼬리만 자르는 식으로 과연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지겠는가.
이 대통령은 후임 국무총리 인선 기준과 관련해 국정 핵심기조인 '공정한 사회구현'에 걸맞은 삶을 살아온 인물인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즉 주변에서 '도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여로 후보군들 가운데서 한 사람을 총리 후보로 인선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몸통은 썩었는데, 그 몸통을 잘라내지 않고 거기에 온전한 가지를 접붙인다고 해서 그 가지가 제대로 살아 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정부라면, 누가 그 자리에 오르든 그는 불행하게도 ‘제 2의 정운찬’이나 ‘제2의 김태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도덕성’ 문제를 간과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명박 정부의 운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부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하는 현명한 유권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의 능력은 실무자나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지만, 도덕성은 그 어떤 것으로도 결코 보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우리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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