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이기려면 ‘플러스 정치’를 하라

고하승

| 2010-09-29 15:04:42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광폭행보가 정치권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사흘 연속 당내 친박계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중립 및 친이계 의원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수도권 친이계 초선의원 5명과 오찬을 한 데 이어 28일에는 마포에서 영남권과 수도권 지역구 의원 6명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6명 중 5명이 친이계다. 29일에도 당내 이공계 출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물론 친이계와 중립 진영의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박 전 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친이계 의원과도 만나고 싶었는데 당내에 벽이 조금 있어 부담스러울까봐 만남을 청하지 못했다"며 "이제 서로 부담을 덜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으니 현안에 대해서든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서든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찬에 참석한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졌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 많이 허물어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특별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언론이 '전격적 행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변화의 방향이 바로 ‘플러스 정치’라는 점에서 필자는 이를 환영하는 바다.

그동안 박 전 대표에게는 ‘마이너스 정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측근들과 지지자들이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등 노골적인 ‘편 가르기’를 시도했고, 이로 인해 당내 친이계 인사나 중립 진영의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게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이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를 고립시켰고, 이른바 ‘월박’ 세력의 탄생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선거는 ‘플러스 정치’를 하는 자에게 승리를 안겨준다.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또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제외시키는 ‘마이너스 정치’를 한다면, 결코 표를 모을 수 없다.

누구는 이래서 포용하면 되고, 또 누구는 저래서 포용할 수 있다는 식의 ‘플러스 정치’를 해야 비로소 표심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른바 ‘DJP’ 연합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DJ 측근들은 JP와의 연합은 안 된다면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마이너스해야 할 인물’로 규정했지만, DJ는 오히려 그를 더함으로써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안 된다’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마이너스 정치’를 했다가 크게 낭패를 당한 일이 있다.

단순히 당내 갈등만 유발시킨 것이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서로 편이 갈라져 첨예한 갈등을 빚은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친이계와 대화하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물론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가 공천을 독식하고 친박계를 전멸시켰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들과 손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화합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플러스 정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 조그마한 땅 덩어리가 남북으로 분단된 것만 해도 원통할 노릇인데, 남쪽이 다시 동과 서로 나뉘어 있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너도 안 되고, 너도 안 된다’며 서로 편 가르기를 하면, 국민화합, 동서화합, 남북관계 회복은 더욱 요원해 지는 것 아니겠는가.

박 전 대표가 최근 친이계 의원들을 두루 만나는 것은 국민들에게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어쩌면 ‘DJP 연합’보다 더 멋진 연합, 그것이 단순히 ‘친이+친박연합’이 아니라 ‘민주화세대와 선진화 세대의 연합’일 수도 있고, ‘영남+호남연합’일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건전한 보수+온건한 진보 연합’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건, 극단적 보수와 극단적 진보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플러스 정치’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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