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손학규-김문수의 ‘골프장 공방전’
고하승
| 2010-10-18 11:28:08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요즘 때 아닌 `골프장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여야 잠룡간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 지사 취임 이후 골프장이 너무 늘었다'는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김 지사가 "손 대표가 지사 시절 인허가를 했고 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도장만 찍었다"고 답한 게 발단이 됐다.
김 지사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관광산업을 촉진하고 활성화하면서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경기도에 골프장이 난립하게 된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손학규 대표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민주당이 "손학규 전 지사 재임 시 9개의 골프장을 인허가 했고, 김문수 지사가 취임한 2006년 7월 1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38개의 골프장을 인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지사의 해명을 촉구하고 나서자, 김지사는 지난 14일 "내가 지사 재임 시 골프장 38개를 승인했는데, 이 중 25개가 손 전 지사가 계실 때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설사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김 지사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
김 지사 측이 마지막 관문인 최종 허가권을 행사해 놓고도, 손 대표 측에 책임을 돌리려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관리계획의 입안권자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시장 또는 군수라고 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경기도지사가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할 수 없는데도 김 지사의 변명은 마치 손 지사가 입안에 직접 관여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
만일 김 지사가 최종 허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손 지사가 허가한 것은 9개로 문제가 될 만큼 많은 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경기도에 골프장이 난립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김 지사에게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지사가 ‘골프장 예찬론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의 일부를 손 대표에게 전가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물론 김 지사의 다급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여권 내부에서 한때 ‘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되던 그의 위상은 민주당 손학규 체제의 출범으로 급격하게 위축되고 말았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반면, 김 지사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손 대표와 김 지사의 지지자들이 지역적으로, 또는 성향적으로 상당부분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서민이미지가 겹치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겠는가.
따라서 김 지사는 어떻게든 손 대표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지율이 조금 더 보태진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 때 이회창 고건 이인제 등 이미지 정치로 대권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리던 사람들은 끝내 결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 김대중 김영삼 등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비록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대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김 지사가 여권 내 박근혜 전 대표처럼 견고한 지지율을 갖고 있는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회창이나 고건, 이인제처럼 이미지 정치로 자신의 지지율을 띄워보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품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비참한 결말은 왜 눈여겨보지 않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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