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여고생 살인사건...당시 경찰 취재 거부 "아픔 다시 또 상기시켜"

서문영

issue@siminilbo.co.kr | 2019-06-28 02:01:38

'그알'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관련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경찰이 제작진의 취재를 강하게 거부한 모습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근 방송된 SBS 저널리즘 프로그램 '그알'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되짚었다.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시멘트 포대에 덮인 채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공사장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소윤(당시 만 16세) 양이었다. 전날 저녁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정 양이 하루 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 아르바이트 당시 입고 있던 교복도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착용한 채 발견된 정 양, 그런데 발견된 시신은 충격적이게도 양 손목이 절단돼 있었다.

이날 정소윤 아버지는 "형사라는 사람들이 굿하는 데 따라오고 우리집 와서 무당이 뭐 말하는가, 그 무당 입에서 뭐가 나온다고. 그런 경찰, 형사를 믿고서 범인을 잡겠다고. 난 잡힐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며 경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당시 수사 형사는 "굿하는 거야 사건이 안 풀리니까 굿하는 거다"라면서 제작진에게 "왜 취재를 하러 다니냐"라며 취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당시 수사를 기록했던 노트같은 것도 없느냐라는 질문에는 "몇 년 전에 다 태웠다"고 말했다.

영동경찰서 관계자 역시 한숨을 깊게 쉬며 "또 '그것이 알고싶다'냐. 모든 사람이 잊고 편안하게 사는데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며 취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막내 형사로 일했던 형사는 "그때는 심부름만 하던 때였다. 복사만 한 1년 해야 된다. 찌꺼기 막내였다. 기억이 하나도 없다"며 자리를 떴고, 또다른 당시 수사 형사는 "그 방송의 취지가 범인을 잡아주려고 하는 거냐. 아니면 그냥 흥미 위주로 가는 거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무슨 단서가 있느냐"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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