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4대강 예산, 어디로 흘러가나
고하승
| 2010-11-29 14:18:58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대체 왜 4대강 사업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들 10명 가운데 최소한 7명 이상이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이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일까?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은 알겠는데, 도무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29일 4대강 사업비로 책정된 22조2000억 원이 준설토 판매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초 한반도대운하 사업 계획에선 총 사업비 16조 원 중 8조 원을 골재 매각 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던 반면에, 4대강 사업에선 이 같은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함께 4대강 사업비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토건관료가 5조7000 원이면 될 사업을 22조2000억 원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즉 골재 매각 대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고, 사업 규모만 재조정한다면 5조7000억 원에 4대강 사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일 이 같은 경실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체 나머지 16조 5000억원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혹시...
무턱대고 의심을 하기에 앞서 경실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4대강 사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공정은 준설로, 총 22조2000억 원의 사업비 중 5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에서 퍼내는 준설토만 총 5억2000만㎥로, 이는 우리나라 가구당 50톤, 1인당 17톤 씩 나눠줄 수 있는 엄청난 물량이라고 한다. 15톤 트럭에 적재한다면 트럭이 5855만 대가 필요하고, 준설토를 일렬로 세운다면 서울에서 미국 로스엔젤라스까지 27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렇게 퍼낸 준설토 가운데 약 80% 가량을 골재로 활용해 매각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발표하면서 사업비 16조 원 중 골재 매각 대금으로 8조 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8조 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와 국민 세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자본 유치는 ‘헛소리’라고 쳐도, 설마 골재 매각대금 얘기까지 헛소리였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은 보잘 것 없지만, 뭐가 돈이 되는지 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건설사 CEO 출신 아닌가.
따라서 그가 ‘골재는 돈’이라고 말했다면, 그 말은 믿어도 된다.
즉 이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 발표 당시 강에서 퍼내는 총 11.5억㎥의 준설토 중 8.3억㎥의 골재를 매각(㎥당 1만 원 씩)해 얻는 8조 원의 수익을 사업비로 충당한다고 한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라는 뜻이다.
경실련이 그 방식대로 4대강 사업에 적용시켜 보았다.
4대강 사업으로 파낸 골재가 5억2000㎥다. 이 가운데 활용 가능한 80%인 4억㎥의 골재를 매각한다면 최소 4조 원 규모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어서 반 토막만 믿는다고 해도 2조원의 수입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은 5억2000㎥의 준설토 중 절반 수준이 사용할 수 없는 '사토'라며 농지에 파묻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 대운하 사업에서 가능하다던 골재 재활용이 왜 4대강 사업에서는 불가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엉터리였다는 말인지, 아니면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면 ‘황금모래’라도 농경지에 파묻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설마, 황금모래들을 뒤로 몰래 빼돌려 고대한 자금을 축적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런 의구심마저 지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말 경실련의 주장처럼 5조7000억 원에 가능한 4대강 사업을 22조2000억 원으로 부풀린 것이라면, 거기에는 분명히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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