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키호테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안은영

| 2011-03-29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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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일요일 오후, 연일 팽글팽글 돌아가던 일정을 접고 망중한의 여유를 택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유니버셜 발레단의 ‘동키호테’를 관람했는데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우리 문화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생각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생각이다.
우선 남다르게 들인 공력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특히 발레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을 배려한 문훈숙 단장의 공연 전 작품 해설시간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예술작품이 인간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려한 열정이 넘치는 무대는 흥겨움 그 자체였다. 백색으로 고정된 기존 발레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린 창조력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오케스트라 라이브가 경쾌한 음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무대 위에 힘차고 우아한 몸짓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멋진 무대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화충전 기회를 온전히 사용하진 못했다)
“야, 대단하다. 어떻게 손과 발이 1초 동안 열대번씩이나 움직일 수 있다니 놀랍다”(수학자)
“연설이나 공약 발표가 아니어도 저렇게 열광적으로 박수를 받을 수도 있는 거구나”(정치인)
“인간이 저런 포즈를 취하고도 목뼈, 팔뼈, 다리뼈가 온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의사)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낸 관람료는 관련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수익배분이 이뤄지는 걸까?”(기업가)
“쳇, 똑 같은 인간인데 예술가들의 춤사위에는 환호와 함께 큰돈이 따르고 생존을 위한 우리들의 처절한 몸짓엔 경멸과 푼돈 밖에 없군”(노숙자)
1부 공연이 끝나고 잠시 쉬고 있는데 공연에 대한 감상이 아닌 엉뚱한 상상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빈부격차의 간극이 존재하는 공연장 모습이 '수학자는 수학자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또 의사나 기업가, 노숙인 역시 저마다 처한 위치에서 자기만의 평가 방식으로 그 상황을 해석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게 했다.
실제로 오페라 하우스 내 3개 층 객석을 꽉 채우고 문화체험에 열중인 관객들을 보고 있자니 지하도 벽에 몸을 붙인 채 줄지어 앉아있던 노숙인 행렬이 자꾸 겹쳐 떠올랐고 그 모습들이 나의 공연 몰입을 방해했다.
그 좋은 공연을 보면서 나는 왜 하필 그런 식의 상상력 밖에 동원하지 못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 굳이 답을 찾자면 ‘내 안의 정치 DNA ’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의 발레 공연처럼 우아하고 멋있고 즐거운 삶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간절함의 발로라고나 할까.
문득 이런 오페라 하우스에 비싼 관람료를 내고 들어와 좋은 공연에 박수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전체에서 몇 %나 될까 궁금해졌고 화려한 옷으로 성장하고 예의와 품격이 넘치는 문화 언어로 충만한 이 공연장에 들어있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에 지배받을 수 밖에 없는 나의 한계를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동키호테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편차와 이로 인한 갈등 양상까지 생각한다면 사회적 격차는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각보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며 소통과 교감의 불능 상태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갈등과 분열을 부축이는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저녁 시간 찾아갔던 의정부의 한 상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 가서 동키호테 공연 얘기를 꺼냈더니 예술의 전당이 어디에 있느냐(의정부시에 있는 동명의 공연장 밖에 모르는 이도 적지 않았다)부터 시작해서 (문화생활을 하는 걸 보니 ) 너만 사람답게 산다는 반응까지, 떄로는 무지로 때로는 질시로 뒤섞인 복잡한 심경들이 상가를 지키고 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불통의 벽이 거기 버티고 있었다.
국민사이에 퍼져있는 이념 성향의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선정이야말로 이 시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불요불급의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지나친 극우나 극좌에 치우치기보다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융통성과 설득력 그리고 신뢰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의 리더십으로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 간극을 좁힐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내가 됐건 당신이 됐건 누군가는 반드시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발레공연을 보다가 너무 엉뚱한 생각으로 비약한 것 같아 미안하긴 한데 정치의 계절이 가까이 와서 인지 자꾸 그쪽으로만 치우쳐지는 생각의 덜미가 잘 잡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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