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비핵화 회담과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안은영

| 2011-04-26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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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다시 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남북 비핵화 회담을 거쳐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곧이어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미 양국도 남북 비핵화 회담의 긍정성을 인정하고 나섰다. 2월에 결렬된 남북간 군사예비회담과 달리 남북 비핵화 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남인 만큼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와 관련된 전제조건 없이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간 회담을 제안해 놓은 상태였고 북한이 북미회담과 6자회담 이전에 남북 비핵화 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비핵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개최된다면 그것은 매우 유의미한 진전으로 평가될 것이다. 지난 해 미국 헤커 박사의 방북으로 세상에 알려진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으로 북핵문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추방된 상태에서 북한 스스로 자체의 실험용 경수로를 짓고 있고 우라늄 농축을 가동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북핵문제의 심각성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일본 원전의 공포를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통제 밖에서 저급한 북한 기술로 경수로를 짓게 되고 이를 위해 우라늄 농축을 강행한다면 북한의 핵능력 증대와 함께 핵안전의 위험성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악화 일로의 북핵 상황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리고 그 성과와 동력에 힘입어 북미회담과 6자회담이 개최된다면 일단 북핵 상황 악화를 차단하고 북핵문제를 관리해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진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복병은 존재하고 난관은 남아 있다. 복병과 난관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게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남북 비핵화 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거나 설사 마주 앉는다 하더라도 생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미 우리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고집과 오기로 인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리지도 못하고 실무회담에서 좌초된 것을 지켜보았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해결하고 재발방지를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어서 북에 따질 건 따지고 요구할 건 요구하는 게 순리일 텐데도 이명박 정부는 대령급 실무회담에서 천안함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북에 요구함으로써 본회담 개최를 가로막고 나섰다. 북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북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결과가 된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비핵화 회담도 이명박 정부의 고집과 오기가 발동될 경우 회담 개최 자체가 무산되거나 개최되더라도 설전만 주고받은 채 결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여건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고집에는 당할 재간이 없다.

3월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가 감지되었고 그 의지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대북 식량지원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는 북한 식량사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잇따라 분배의 투명성 문제를 흘리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데 앞장섰다. 남북대화 거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북미협상마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생각보다는 북한의 버릇을 고치고 북한의 굴복을 얻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로 간주된다. 북한이 변하지 않고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화 중단과 관계 파탄도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요구사항을 북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북은 변하지 않은 것이 되고 진정성이 없는 것이 되며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된다. 오히려 관계중단과 대북 압박이야말로 북을 힘들게 하고 북을 굴복시킬 수 있게 되며 결국은 북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까지 임기 3년의 대북정책이 일관되게 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전한 대북 인식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헌정회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자스민 혁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를 이어 권력을 잡은 정권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함으로써 북한 붕괴의 가능성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권력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변화의 움직임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언급해온 급변사태에 의한 북한붕괴 가능성에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북한 붕괴에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는 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대화는 그리 절실하지도 필요하지도 않게 된다. 급변사태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있는 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회담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 북한의 수에 말려드는 것이 되고 만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가 ‘빡빡한’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어려운 고비를 견디고 있다는 인식을 비치기도 했다. 즉 지금의 남북 대결과 관계 중단은 북측의 전적인 잘못과 태도불변의 탓이고 따라서 북한을 변화시켜 제대로 버릇을 고쳐놓기 전에는 당장 어렵고 힘들더라도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해야 한다는 ‘기다림의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대통령은 고집과 버팀의 전략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대남 통지문이 과거 고압적인 태도에서 공손한 어투로 바뀌었다고 실례를 들기도 했다. 북한의 사소한 태도와 어투를 고치기 위해 지금껏 남북관계 파탄을 감수하고 긴장고조와 전쟁위협의 한반도 위기마저 견뎌낸 이명박 정부였던 셈이다.

북의 버릇을 고쳐놓고 굴복을 얻어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과 결국엔 북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희망적 사고가 지속되는 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남북 비핵화 회담 역시 낙관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앞설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비핵화 회담의 조건으로 또 다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의 시인과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 어렵사리 비핵화 회담이 열린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버릇 고치기 집착은 결국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조치를 요구하면서 마주는 앉되 협상은 불가능한 결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전한 고집은 지금 조성되고 있는 대화 국면을 또 다시 파탄지경으로 이끌지 모른다. 그리고 대화가 아닌 대결의 지속은 결국 북핵 상황 악화와 남북관계 파탄을 가져오고 그 댓가는 북한의 추가 도발과 한반도 긴장고조로 치러야 할 지 모른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을 관리해내고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거부하고,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고 관계 중단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무모한 고집과 오기가 하루 빨리 사라지길 기도할 뿐이다.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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