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나누는 노(勞)와 사(使)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안은영

| 2011-05-12 1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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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히말라야 설산에 가면 머리가 두 개 달린 커다란 뱀이 있다고 한다. 그 뱀의 머리는 항상 교대로 잠을 자고 또 깨어 있는데, 깨어 있는 머리가 먹이를 사냥한다. 이 둘은 머리는 둘이지만 몸통은 하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밀이란 없다. 하나가 먹이사냥에 성공해서 음식을 먹으면 다른 머리도 결국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나중에 깨어나 보면 뱃속에 틀림없이 먹은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둘은 비밀도 없고 음식도 사이좋게 나눠서 먹었다. 어느 하나가 깨어 있는 동안 먹잇감을 잡으면 잠자고 있는 머리를 위해서 절반만 먹고 절반은 남겨 놓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에 성공한 한 머리가 먹이를 잡았는데 그만 순간적인 욕심에 혼자 다 먹고 말았다. 얼마 후 다른 머리가 자다가 깨어났다. 그는 틀림없이 뱃속에 먹은 것이 들어 있는데 자기를 위해서 남겨 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을 했다. 그래서 홧김에 ‘너 한번 죽어봐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을 먹었다. 결국 두 머리가 다 죽게 됐다.

이와 같이 진정한 파트너쉽이란, '성공의 몫도, 실패의 부담도 함께 나눈다’. 노와 사는 기업이라는 ‘삶의 장’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노동시장에 서로 이익을 더 많이 챙기기 위한 경쟁과 대립 대신에 회사발전을 위한 협력이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다.

노사 문제는 정치 문제다

노사갈등은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생산요소 중 하나, 그 중에서도 가장 유동성이 높은 생산요소로 간주한다. 하지만 직장에 노동력을 제공하여 대가를 얻는 존재인 노동자는 직장 자체가 바로 그의 삶, 전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사용자에게는 원가부담을 줄이는 일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삶의 포기를 강요하는 일이다. 이렇듯 양 당사자가 바라보는 노동이라는 개념에는 본질적인 괴리가 있으며, 이에 따라 노사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법과 질서를 세운다는 명분하에 중재의 노력보다는 엄청대처로 입장을 정한 듯 하다. 우리의 노동자들은 보호해야 할 국민이기 보다 작업장의 생산요소로만 취급된다.

중국이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제조업 투자를 계속 늘려감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쌍용차 노사분규와 같은 상황은 향후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 전체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할 것이다. 과연 정부는 우리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가?

비정규직, 노사 모두의 핵심 사안

사용자의 고용의 유연성은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일직무를 비정규직이 맡는다면 정규직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사용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의 유연성도 확보하고 급여도 적게 지불한다.

세계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이렇게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의 의미가 삶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잡셰어링의 필요성

잡셰어링제도- 2007년 기준 OECD국가의 평균근로시간 연 1,768시간,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2,316시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근본적인 접근법은 노사가 직면해있는 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앞을 못 보는 학생이 다니는 맹아학교에는 앞을 전혀 못 보는 학생뿐 아니라 시각 장애를 가진 학생도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 곳에서는 장애가 심하지 않은 학생이 못 보는 학생을 돕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조금 더 보이는 사람이 못 보는 사람의 눈이 되어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 그런 모습과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사용자나 노동자 모두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십분 감안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라이벌rival과 강river은 어원이 같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부족이 대치하면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경쟁하는데, 그 두 부족은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서로를 죽일 목적으로 강에 독을 타지는 않는다. 독을 타는 그 순간 자기도 그 물을 마시고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노사도 라이벌 관계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립을 하더라도 회사라는 이름의 강에 독을 타서는 안 된다.('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

/2.1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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