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앵커의 허상… ‘무개념’의 전달자

이기명 시사평론가

안은영

| 2011-07-05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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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시사평론가)

방송의 앵커, 뉴스 캐스터라고도 한다. 방송 기자들이 가장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리다. 그것은 외국이나 한국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여론을 단번에 바꿀 능력이 있다는 오프라 윈프리, 73세의 나이에도 현역인 바바라 월터스, 미국 대통령의 말보다 더 믿었다는 월터 크롱카이트…. 그러나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아니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언론환경에서 살고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한 마디. 오프라 윈프리가 한 명언을 전한다. 기억해 두어야 할 말이다. “기자는 사실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가. 한국의 기자들이 백번 천 번 외워도 손해날 것 없는 말이다.

미국 방송사 ABC 최고 앵커 바버라 월터스. 클린턴과 불륜에 빠졌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이제 더 이상 클린턴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울면서 고백했다는 바버라 월터스. 신뢰가 고백을 이끌어 냈다. 어디서나 신뢰가 으뜸이다.

한국에도 앵커는 있다. 결과는 비참했지만 엄기영은 한때 인기 앵커였다. 여성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에 골프를 못 배웠다는 인기 앵커다. 지금도 안쓰러운 마음은 한가지다.

앵커 또는 캐스터는 무엇을 하는가. 뉴스를 진행한다. 맞다. 지금 KBS 9시 뉴스는 공개적으로 크롱카이트를 닮고 싶다는 민경욱이 진행한다. 수시로 바뀌는 MBC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그 밖에 케이블 방송에도 앵커는 많다. 일일이 언급할 필요 없다. 그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때로 오해도 받고 또 받을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 그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국민들은 KBS, MBC의 9시 뉴스를 신뢰와는 상관없이 제법 시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이들 공중파의 신뢰도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한때 신뢰도 1위라는 KBS는 불신의 대명사로 꼽히고 MBC 역시 다름 아니다. 앵커들은 판단은 어떤가. 잘들 알 것이다.

시청자들이 앵커에 대해서 오해하는 부문이 있는 것 같다. 방송을 앵커가 다 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앵커는 그냥 진행자다. 그들이 9시 뉴스에서 소신껏 할 수 있는 것은 오프닝 멘트(시작 멘트)와 클로징 멘트(마무리 멘트)다. 이것도 배짱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여기서 앵커의 진가가 나타난다. 무슨 말을 하느냐. 자신의 주체성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현재는 없다고 보는 것이 잘 본 것이다.

클로징 멘트를 날리면 다음 날 뉴스가 된 앵커가 있었다. 신경민이다. 민감한 문제에 핵심을 찌른 클로징 멘트는 국민의 속은 후련하게 했지만 정권이나 MBC의 신경을 건드렸고 그것이 이유의 전부라고 밖에 할 수 없이 그는 앵커에서 하차했다. 시청자들은 클로징 멘트가 사장과 정권 마음에 안 들어서 쫓겨났다고 해석했다. MBC사장과 신경민은 알 것이다.

왜들 이렇게 앵커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가. 앵커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또한 그들이 바로 정치적 입신의 지름길로 이용했다는 오해 때문이다. 앵커 하면서 멘트가 좀 이상하면 저 친구 벌써 정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앵커가 많았다.

현직 국회의원에 기자 출신들이 엄청 많다. 특히 정치부 출신 중에 많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 되면 “정치할 거냐”는 오해도 받고 실제로 정치가로 입신하기 위해 기 쓰고 정치부를 선택하는 기자도 있다. 이들이 정치에 입문해서 뭘 하는가. 한국의 정치 현주소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지금도 정치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언론사 사장도 있다.

앵커를 하면 정당의 영입순위가 0순위라고 한다. KBS의 경우 박성범 이윤성 류근찬이 있고 전여옥 신성범 안형완 등이 KBS 출신이고 MBC도 강성구를 비롯해 정동영 변웅전 등과 요즘 유명해진 한선교 등이 있다.

방송사 기자나 앵커라고 해서 국회의원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부터 잿밥에 마음 두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 공정해 지지 않는다. 그거 역시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독재가 시작된 이후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정치를 기웃거리면서 망가졌는가. 지금도 눈에 다 보인다.

언론인 출신의 몇몇 정치인들. 자신들은 최고라고 할지 모르나 아니다. 방송에서 얼굴 팔리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다. 실력 뻔하다. 입신양명에만 눈이 어두운 정상배라면 화낼 것이지만 취소할 생각 없다.

방송에서 얼굴 변변하고 말솜씨 좀 있다 하면 앵커 하려고 머리악을 쓰고 덤빈다. 로비도 한다.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아는 사람 다 알고 그들 사회에서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서로 질시하고 모함한다. 지금 정부에서 모 부처 고위직에 있는 인간도 그랬다. 적어도 언론인 출신이라면 언론인의 도리를 해야 한다. 언론인은 그냥 월급쟁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클로징 멘트 하나 마음대로 소신껏 하지 못할 거라면 앵커 자리 내려와야 할 것이다. 기자는 어떤가. 소신껏 기사 쓰는가. 그런 기자 이름 한번 얼굴 한 번 보자.

오늘의 방송풍토는 추악하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고 반발하지만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기자 가망 없다. 요즘 KBS 도청문제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고 해도 안 된다. 하늘을 구름이 잠시 가릴 수 있지만 바람에 밀린다. 바람이 바로 국민의 눈이고 귀다.

벌써 옛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손석희가 뉴스데스크를 할 때 열심히 봤다. 말 속에 진실이 배어 나온다. 신경민이 할 때도 그랬다. 마무리 멘트가 기다려졌다. 좋은 앵커도 많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말이 나온 김에 기자들 얘기 좀 하자. 며칠 전 KBS 기자가 시위현장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정말 안 됐다. 문득 기자들의 수난시대가 떠올랐다. 독재 시절이다. 시위현장에서 기자들은 분노한 국민들의 표적이었다. 특히 KBS를 비롯한 어용 매체라고 국민들이 낙인찍은 언론의 기자들은 소속사를 밝히질 못했다. 수난이었다.

방송기재가 파괴되고 기자는 취재를 거부당하고 폭행당했다. 얼마나 참담했을 것인가. 이런 꼴 당하려고 기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만난 후배의 말을 잊지 못한다.

“왜 우리라고 정권의 개가 되고 싶겠습니까. 왜 정권의 개라는 소리를 듣고 싶겠습니까. 아시지 않아요. 기사 맘대로 씁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방송사의 경우 사장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정치부장, 사회부장, 편집부장만 장악하면 방송국 장악 끝이다. 오늘의 현실이 그렇다. KBS MBC의 김인규 김재철, 이들이 황제다. 방송국의 조직구조상 꼼작도 못한다. 전에는 노조가 움직였지만 이젠 아무 힘도 못 쓴다. 척만 한다. 사장의 황금시대다.

그러니까 이대로 괜찮다는 것인가. KBS의 어느 팀장이 말했다는 ‘일제 때 친일 안 한 사람 몇이나 되나. 안중근 등 몇을 빼고는 다 친일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자.’ 이래야 되는가. 누군 독재 찬양 안 했나. 이 말 해야 하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인은 그래서 안 된다고 믿는다. 특히 기자들이 그러면 안 된다. KBS와 MBC도 빛나는 언론자유 쟁취투쟁이 있었다. 목숨 잃고 구속되고 해고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프로그램 제대로(비판) 만들었다고 이 지방 저 지방으로 쫓겨 다닌다.

세상이 다 아는 좋은 기자와 PD들 목 잘랐다. 목을 자른 인간들의 면면은 이미 다 평가가 되어 있다. 그들이 더러운 언론을 장악했다. 이래서 희망의 불꽃이 꺼지는 것이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도청의 의혹을 기자들이 받는다. 의혹은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을 떠나야 한다. 도대체 “민주당이 생각하는 식의 도청은 안했다” 이걸 말이라고 하는가. 솔직히 개가 부끄럽다.

다시 앵커로 돌아가자. 실제로는 맹탕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은 앵커를 대단하게 생각한다. 클로징 멘트 하나라도 제대로 써라. 그럼 존경받는다. 사람들이 얼굴 알아보는 게 자랑이 아니다. 칭찬받는 게 자랑이다. 지금 왜 손석희가 존경을 받고 ‘시선집중’이 주목을 받는가. 왜 CBS의 변상욱 대기자가 존경을 받는가. 존경받을 이유가 충분히 있다.

KBS와 MBC에 훌륭한 기자가 많다. 당장 수십 명을 손으로 꼽을 수가 있다. 그럼에도 개라는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억울한가. 며칠 전 KBS의 보도국 간부와 통화를 하면서 그의 변명을 들었다. 마음이 찢어졌다. 그래 안다. 네 맘 다 안다. 그러나 동의를 할 수가 없다. 국민들이 개라고 하지 않는가.

한때 미국인 약 2600만 명이 매일 밤 월터 크롱카이트가 진행하는 CBS 이브닝 뉴스를 지켜봤다고 한다. 이유는 크롱카이트가 보여준 정직함과 공정함, 신뢰성 그리고 성실함 때문이었다. 주장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전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크롱카이트가 뽑혔다. 대통령 말은 못 믿어도 크롱카이트의 말은 믿는다고 했다. 60년대 초 미국 언론계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보다는 기자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한다.

크롱카이트는 이런 세태를 거슬리고 사실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전달을 강조해 미국인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 그 자체를 파헤치는 데 노력했다.

그는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베트남전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던 1968년,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보도했다. 크롱카이트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수렁에 빠져 있고, 미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은 전쟁이 아닌 협상이라고 했다.

이 보도는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TV를 보던 존슨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탄식했다. 그는 재선 출마를 포기했다.

크롱카이트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을 전하면서 끝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것이 앵커고 언론인이다. 그가 2009년 7월 17일, 92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오바마는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이처럼 크롱카이트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앵커, 우리의 기자들도 배우라는 의미다. 대통령의 말보다도 더 신뢰받는 크롱카이트. 얼마나 행복한가.

제 길을 가는 기자도 있다. 그러나 제 길 못 가는 기자들이 더 많다는 비극도 다 안다. 그들은 속으로 그럴 것이다. 지금 비난을 받더라도 사람들은 금방 잊을 것이라고. 그러나 세상이 모두 잊는다 해도 자기 자신만은 절대로 잊지 못한다. 왜냐면 양심이란 것이 마음 어느 구석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양심은 신도 지워버릴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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