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나경원의 눈물

안은영

| 2011-07-19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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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지난 1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벌게진 얼굴로 “우리 당이 원래 그렇잖아요. 계파 나눠 먹기 하는 당….”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겉으로는 ‘계파 나눠먹기’ 인선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이 최고위원회에서 ‘왕따’를 당한 사실에 분노를 표출한 것 같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내년 총선 공천의 실무작업을 담당할 제1사무부총장에 친박계 재선인 이혜훈 의원, 제2사무부총장에 친이계 초선인 이춘식 의원, 싱크탱크이자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소장에 친이계 재선인 정두언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당초 7.4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은 '제1부총장 이혜훈, 여연소장 최경환 의원' 카드를 제시했었다.

그리고 이날 최고위원회의 중반까지만 해도 ‘최경환 여의도연구소장과 친박계 초재선 1사무부총장’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이는 홍 대표가 전날 전당대회 2위인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조율해 회의에 가지고 들어간 인선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경원 최고위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공천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직 인선을 친박 몫 몇 자리, 친이 몫 몇 자리로 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당직 인선이 계파 안배라는 이유로 계파 나눠먹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기를 들었다.

그러자 다른 일부 최고위원들도 "친박이 당직을 다 먹으려는 거냐"고 반발했고, 유승민 최고위원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최고위원들 모두가 나름대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려는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일단 홍 대표는 사무총장에 자신의 최측근을 앉혔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자신이 추천한 이혜훈 의원이 제 1사무부총장에 내정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원희룡 의원 역시 이춘식 의원을 제 1사무부총장 후보로 밀었지만, 반대에 부딪히자 제2부총장으로 선회했고, 결국 뜻을 이루었다.

남경필 의원은 친이 핵심인 정두언 의원을 여의도 연구소 소장으로 밀었고, 황우여 원내대표의 지원을 받아 손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경원 최고위원의 몫은 없었다.

그는 1부총장에 김성태 박보환 의원을 내세웠고, 여의도연구소장엔 이종구 심재철 의원을 카드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후보 4명 가운데 단 한명도 주요당직을 맡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나 최고위원이 언성을 높이자, 다른 최고위원들은 “나 최고위원도 자기 사람 챙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에이∼ 당을 위해 협조해야지”라는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왕따’를 당한 것이다.

결국 나 최고위원은 눈물을 흘린 듯 눈이 충혈 된 채 “우리 당이 원래 그렇잖아요. 계파 나눠먹기 하는 당…”이라는 말을 남기고 당사를 떠났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그가 회의장서 나왔을 때에는 눈가와 코끝까지 빨개진 모습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자신의 뜻을 하나도 이루지 못한 그의 분노가 얼굴 표정에 역력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트위터에 “저는 저를 도왔든 안 도왔든 계파색이 엷은 사람들을 추천했지만, 홍준표 대표가 측근 인사를 한다고 비판했던 최고위원마저 자신의 측근을 추천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일입니다”라는 비난성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주장 역시 앞뒤가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추천한 인사들 가운데 박보환 의원은 성향을 잘 모르겠지만, 김성태 이종구 심재철 의원은 모두 친이계 핵심 인사들 아닌가.

따라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흘린 눈물은 당을 위한 진정성 있는 눈물이라기보다, 단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분노의 눈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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