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필패 선거’ 꼭 해야 하나

안은영

| 2011-09-22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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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최근 칼럼을 통해 한나라당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제안 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명분으로 ‘한나라당이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참회하는 심정으로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울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런 전례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5월 1일, 6.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대구 서구와 강원 고성 기초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이 공천한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해 보궐선거를 하게 됐기 때문에 후보를 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고백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그런 반성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그는 무리하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당의 만류에도 불구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는 독선적 태도를 취하고 말았다.

그 결과 182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낭비됐고, 결국 이번에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어느 당에서 공천을 준 것인가. 바로 한나라당 아닌가.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우리 당 소속 오세훈 전시장의 잘못으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으니, 참회하는 심정으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옳았다.

사실 전략적으로도 그게 한나라당에게는 결코 손해가 아니다.

우선 ‘안철수 신드롬’ 현상을 초래한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MB 정권 심판론’에 기초한 범야권 후보단일화 논의를 무력화 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은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와 추진하고 있는 후보단일화 명분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 민주당 경선 승리 후보와 무소속 박 변호사가 맞대결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민주당과 다른 야권과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고, 이 같은 갈등으로 인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못하게 되거나, 설사 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즉 지금 탄력을 받고 있는 야권 통합 논의에 균열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입는 상처는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금,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서울신문>이 지난 19일~20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 거주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박원순 변호사는 한나라당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큰 폭으로 앞섰고, 여당 전통 텃밭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성동구)에조차 나 의원은 박 변호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실제 박 변호사는 나경원 최고위원과 양자대결에서 50.6%대 34.7%로 무려 15.9% 포인트나 앞섰고, 특히 한나라당이 절대 강세를 보여 왔던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에서 박 변호사는 46%의 지지를 얻어 40.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나 의원을 5.8%포인트 앞섰다.

야당의 지지율이 높은 강북권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더욱 벌어져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55.0%, 나의원의 지지율은 28.1%로 조사됐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난 치욕스런 패배가 예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명분도 없고, 승리 가능성도 희박한 선거에 한나라당이 굳이 후보를 낼 이유가 없지 않는가.

지금,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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