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10.26 재보궐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투표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서울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투표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무릎연골파열로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투표에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광월 씨는 지난 25일 인근의 중랑구에 있는 병원에서 무릎연골 파열에 따른 수술을 마치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투표 날인 26일 아침, 마취에서 깨어난 그는 눈을 뜨자마자 투표를 하러 가야 한다며 부인 장연옥씨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부인 장씨는 이 사실을 병원 측에 알리고 중랑소방서의 협조로 이날 낮 12시경에 답십리2동 동아파트경로당에 마련된 답십리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장씨가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투표참여가 정치권을 향한 매서운 ‘회초리’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정치인들에게 ‘국민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날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 서울시장을 뽑는 각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특히 출근 전 투표를 마치기 위해 30~40대 직장인들이 투표소 안팎으로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종종걸음으로 투표소를 방문, 투표를 끝낸 뒤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다.
물론 50~60대 장년층도 대거 투표대열에 합류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보궐선거 투표인증샷 기준을 발표했지만 그러한 기준을 조롱하듯 트위터 상에서 연예인들의 투표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DJ DOC 멤버 김창렬 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권 가지고 계신 분들 투표하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물론 김 씨는 이 글과 함께 투표소에서 촬영한 인증사진 2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창렬이 투표소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그는 "줄이 정말 길다"며 투표소에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며 줄 지어 선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전 10시20분쯤에는 가수 이적 씨가 "투표하고 왔다"며 투표소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고, 그룹 마이티 마우스 멤버 이상철씨 도 "남들 다 하는 것이지만 괜히 뿌듯한 투표"라며 투표소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닥치고 투표. 저 누군지 모르겠죠. 흠흠"이라는 글과 투표소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배우 김여진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했숑, 투표했숑 푸쳐핸접! 푸쳐핸접!"이라는 글과 함께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치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직접적으로 투표를 권하지는 않지만 투표한 모습을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사실상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 시민들, 특히 직장인들의 투표독려 ‘인증샷’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가 투표율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현재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체 유권자 837만4067명 가운데 247만3698명이 투표를 마쳐 29.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물론 이는 작년 6.2 동시 지방선거 당시 같은 시간대의 투표율 35.8%에 비하면, 6.3p% 가량 낮은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동시지방선거가 휴일에 실시되는 반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평일에 실시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동시지방선거의 투표마감시간이 오후 6인데 반해, 재보궐선거는 오후 8시로 두 시간이나 더 길기 때문에 동 시간대의 투표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튼 이번 서울시장 투표열기가 그 어느 대보다 뜨겁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각 정당은 그것이 정치인들을 향한 국민의 회초리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쪼록 이번 10.26 재보선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경고하거니와 유권자들의 투표열기,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은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드시 ‘회초리’가 되어 다시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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