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연대' 자중하라

박규태

| 2012-01-09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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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왜 국민들이 그토록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등 기존정당에 대해 불신을 하고 있는지, 이제 정치인들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여야 각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돈 봉투’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이었을 뿐,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난 바는 없었다.

그런데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 이후 각 언론을 통해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의 돈봉투 사건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 모 서울지역 원외위원장이 7.3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08년 6월 어느 날, 자기 지역구 내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5명을 여의도에
있는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로 소집했다.

구의원들은 연락을 받은 즉시 3명과 2명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그 위원장은 구의원들 앞에서 서울 48개 당협 명단이 적힌 문서를 꺼내 들고, 동그라미를 치는 형식으로 30개의 당협을 선정하면서 “30개 당협에 50만 원씩 갖다 주는
데, 당협 사무국장에게 줘라”라고 지시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돈을 전달할 ‘조’까지 짰다. 조를 짜서 나눠서 가야 일이 빨리 끝나고, 가급적 빨리 갖다 줘야 한다는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원장은 “돈을 갖다 주면서 ‘내가 보내서 왔다’고 하라”고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그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당시 박 후보 캠프에 있었다.

따라서 그가 보냈다고 한다면, 돈을 받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챌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에서도 당내 선거에서 돈봉투가 나돌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1ㆍ15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예비경선 때 중앙위원을 상대로 돈이 돌았다거나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자금이 뿌려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주변에서는 2010년 10ㆍ3 전당대회 당시 이야기가 퍼졌다. 모 후보가 5만원짜리 지폐 다발과 함께 포장한 와인 선물을 영남권 대의원들에게 돌렸다는 것.

지난해 실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 때 모 후보가 일부 의원에게 현금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고 한다."

"당시 모 후보가 여성 의원에게 명품 핸드백을 선물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전 원내대표 경선 당시 모 의원과 밥을 먹고 있었는데 유력 후보가 찾아와 식사 중인 의원을 따로 불러 잠깐 만나고 갔다. 두 사람의 짧은 만남에서 뭔가 오간 것이 분명하다."

여야 모두 돈 봉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이번 사건과 관련, 구태정치 그리고 과거 잘못된 정치 관행과의 단절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힐 것"이라는 강력한 쇄신의지를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쇄신의지를 꺾기 위한 ‘반박 연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전날 정몽준 홍준표 김문수 등 이른바 ‘반박 연대’ 인사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이들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럼, 그들이 ‘함께하는 뜻’이라는 게 대체 뭘까?

알고 보니 거창한 게 아니다. 인적쇄신을 주장한 김종인, 이상돈, 두 비대위원을 사퇴시키자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비대위 저격수’라고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주장과 동일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아일보>가 ‘30개 당협에 50만원씩 돈을 전달한 사람’으로 지목한 모 지구당 위원장과 장제원 의원은 모두 친이재오계다.

과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날 모인 ‘반박연대’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정몽준 전 대표는 7.3 전대 당시 박희태 의장과 경합을 벌였던 사람이다. 당시 돈봉투가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면, 그가 돈봉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또 홍준표 전 대표는 조전혁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이 모여 담합을 했다니, 참으로 가관이다.

이제 역사의 수레바퀴는 쇄신을 향해 굴러가야 한다. 그 누구든 박근혜 비대위가 추진하는 쇄신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민주통합당 또한 마찬가지다. 기왕 여러 경로를 통해 ‘돈봉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나라당처럼 스스로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어물쩍 넘어 가려든다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할 수가 없다.

모쪼록 이번 일이 여야 각 정당에게는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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