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4.11 총선은 ‘정권 심판론’과 ‘미래 정권론’이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반(反) MB’ 정서를 최대한 활용하려 들 것이고, 그 일환으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고 나설 것이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미래 정권론’으로 맞불을 놓게 될 것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번 4.11 총선은 ‘미래 정권론’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맞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에 빠져 사실상 ‘식물정권’이나 다를 바 없으며, 그런 정권을 심판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과거 회기적’ 선거인 정권 심판론 보다는 ‘미래 지향적’ 선거인 미래 정권론에 힘이 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아무래도 ‘정권 심판론’의 목소리가 커질 것 없다.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론’쪽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려면, 출마자들 가운데 MB 색체가 강렬한 사람들은 모두 공천에서 제외시켜야 하는데,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한미FTA주역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영입설이 나오는 등 ‘MB 색깔’을 더욱 짙게 하려는 황당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른바 ‘리틀 MB’혹은 ‘MB 아바타’라고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정치 1번지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오죽하면 김종인 비대위원이 8일 “옛날 한나라당처럼 가면 이번 총선에선 결과적으로 지난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이 해온 것으로 평가 받는다”며 “지자체 선거도, 보궐도 평가받았다. 그런데 아무 변화 못하고 똑같이 가면 총선은 빤할 게 아닌 가”라고 경고하고 나섰겠는가.
이날 이상돈 비대위원도 한 방송에 출연, “FTA주역 김종훈 공천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은 이재오 홍준표 나경원 등 3인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의 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4. 11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민심이 ‘미래에 어떤 대통령이 당선돼야 우리나라가 발전 할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을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 앞설 경우, 이번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매일경제-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통합당이 36.9%, 새누리당은 32.9%로 엇비슷하다. 오차범위 내에서 양당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는 24.1%가 지지했으며,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65.8%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6%포인트였다.
이런 상황에서 ‘MB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우수수 추풍낙엽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MB 색채가 강렬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공천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고작 한 두 명의 인지도 욕심 때문에 새누리당 전체 후보가 타격을 입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 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도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어야 우리 국가가 더욱 발전하고,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보를 굳건히 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재정에 대한 타격 없이 국민들의 복지가 더욱 확대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지 등등을 면밀하게 살피는 ‘대선 전초전’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새누리당이 먼저 ‘탈(脫)MB 공천’을 실시해야만 한다.
거듭 말하지만 화합이라는 명분 아래, 이명박과 박근혜의 색체를 혼합시킨 ‘잡탕 공천’을 실시할 경우, ‘정권 심판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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