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퀸, 똥통과 개판에 대한 분노

하재근

| 2012-02-1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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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영화 <댄싱퀸>을 보며 감탄하게 되는 것은, 요즘 인기 있을 만한 코드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정말 없는 것 없이 다 넣었다. 이렇게 영리한 기획영화도 드물다.

일단 이 영화엔 주부의 자아실현 코드가 들어있다. 평생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만 하며 살았던 주부가 젊었을 때의 꿈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요즘의 대중문화계에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상당수 주부 대상 통속-막장드라마도 이런 테마를 다룬다. <조강지처 클럽>에선 여주인공이 남편의 구박을 받다가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했고, <아내의 유혹>에선 섹시한 유혹녀가 되었다.

20~30대 여성들도 이런 내용에 공감한다. 보잘 것 없는 여성이 자신의 꿈을 찾아 멋진 전문직 여성으로 거듭난다는 주제엔, 보편적인 통쾌함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높은 시청률을 올린 <동안미녀>에서 장나라가 바로 그런 캐릭터를 보여줬었다.

<슈퍼스타K>도 나온다. 엄정화는 오디션에 나갔다가 떨어졌지만 마침내 정식 가수 데뷔라는 성공스토리를 이룬다. 이것도 최근에 한국인이 열광하는 '희망'의 이야기다.

정치도 들어있다. 선거의 계절인 요즘 정치는 가장 '핫'한 이슈다. 특히 20~40세대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 영화는 이 부분도 영리하게 집어넣었다. 그것은 남편 역할인 황정민을 통해서다.

일단 서울시장 선거가 나온다. 요즘 가장 뜨거웠던 주제다. 민주화 투쟁 경력이 있는 변호사라는 설정은 박원순 시장을 떠올리게도 한다. 황정민은 정치와 아무 상관도 없이 살던 일개 서민형(?) 변호사였는데 갑자기 서울 시장 후보가 된다. 그의 동창인 국회의원이 황정민을 영입하러 오자 황정민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왜 그런 똥통에 빠뜨리려 하는데?"

정치판을 '똥통'이라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20~40 세대의 정서다. 이 영화에서 당 대표는 '우리 정치인 중엔 아무도 선거에 나갈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위장전입, 병역비리, 세금문제, 성추행 중 어떤 것에든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도 요즘의 일반적 정서다.

최근에 당원 동원식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 참여형 전당대회로 바뀌는 것이 화제다. 이 영화는 그 부분도 반영한다. 돈봉투도 잊지 않고 배치했다.

강남 대 비강남 구도로 정치판이 전개되고 있다. 이 영화엔 이것도 반영됐다. 엄정화는 '강 건너 사시는' 사모님들과 대결하는 강북 주부다. 봉사활동하러 가서 카메라들 앞에 놓고 아이 목욕시키는 장면도 잊지 않았다.

가히 기획의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당대에 될 만한 소재를 총망라했다. 그것이 단지 소재의 나열에 머물지 않고 영화적 재미까지 성취했다는 점이 <댄싱퀸>의 미덕이다. 충분히 웃기고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요즘의 트렌드들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될 만한 소재들'이 어떻게 이야기로 버무려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겠다.

연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영화는 <부러진 화살>이다. <댄싱퀸>이 정치를 '똥통'이라고 한다면, <부러진 화살>은 재판을 '개판'이라고 한다. 정초에 흥행한 양대 영화가 정치와 사법부를 통타한 셈이다. 이 영화들은 어느 힘없는 보통사람이 그런 '개판'과 '똥통'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관객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댄싱퀸>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그 '사모님'들은 기득권 집단을 이뤄 황정민과 엄정화를 무시한다. 그들은 밀실야합과 지지자 동원을 통해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황정민은 자신의 열정과 진심으로 그들에게 맞선다. 이것도 관객을 통쾌하게 한다.

이 두 영화가 정초 흥행을 쌍끌이한 것만 보더라도 요즘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작심하고 사회 고발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로지 흥행을 위해서 만든 말랑말랑한 기획영화인 <댄싱퀸>에마저 시민의 분노와 물갈이 의지가 반영된 것을 보면 확실히 민심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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