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단지 여야의 리더가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졌다.”
이는 4.11 총선을 앞두고, ‘비관론’의 지배를 받던 새누리당이 ‘희망’을 가지게 된 반면, ‘낙관론’으로 일찍 샴페인까지 터뜨렸던 민주통합당에 최근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는 현상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MB정권의 각종 비리 여파로 휘청거릴 때까지만 해도 별로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광범위한 반 MB 정서로 인해 민심은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당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 심지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무려 10%p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은근히 ‘과반 의석’을 탐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제치고 19대 국회 원내 제1당에 오르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금의 민주당 상황은 매우 어렵다. 우선 국민경선을 위한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는 등 모바일투표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DJ계 중진들이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이용득 최고위원도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물론 공천에서 배제당한 전여옥 신지호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일부 친이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가 큰 민심은 오히려 이 같은 공천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일 공개한 여야 공천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2.7%로 나타난 반면 ‘민주통합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이는 민주당 측의 ‘DJ계 반발’에 대해서는 민심도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새누리당의 ‘친이계 반발’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라는 뜻 아니겠는가.
물론 공천에서 탈락한 영남 현역 의원들과 수도권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선택할 경우, 새누리당의 원내 1당 희망이 무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와 같은 이변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친박연대는 ‘박근혜’라는 든든한 방패박이가 있었지만, 친이계가 내세워야할 ‘이명박’은 방패막이는커녕, 집단몰매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탈당파의 ‘민주동우회’가 내세우는 ‘DJ 깃발’은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특히 5일 공천에서 DJ계 중진들이 경선후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민주동우회’를 향한 호남민들의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지금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모습이다.
새누리당 선장이 박근혜로 바뀐지 불과 3개월이다. 민주당 선장이 한명숙으로 바뀐 것은 2개월 정도 됐다.
그 짧은 시간에 새누리당은 ‘절망’을 딛고 ‘희망’을 가지게 된 반면, 민주당은 ‘희망’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지금 상태에 만족해하거나, 자만에 빠져 쇄신의 고삐를 느슨하게 한다면 민심은 다시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쇄신을 고삐를 바짝 당길 필요가 있다.
또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친노 축배’의 잔을 내려놓고, 경선원칙을 보다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국민의 눈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모든 공천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경고하거니와 새누리당이 ‘도로한나라당’이 되거나, 민주당이 ‘도로열린우리당’이 될 경우, 민심은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회귀 정당에 대해 가혹한 심판을 하고야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