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여론조사 결과 4·11 총선 최대 이슈는 ‘정권 심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은 새누리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
실제 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총선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인 46.1%가 총선 이슈를 묻는 질문에 ‘정권 심판’을 꼽았다.
야권연대 13.9%,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0%, 친노심판 7.8%, 제주해군기지 7.2%등 다른 이슈를 꼽은 응답자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0%였다.
사실 이런 정도라면,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은 감히 명함조차 꺼내들지 못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은 100석도 불안하고 민주당은 원내 1당은 물론 단독과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겠는가.
그런데 현장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권자들에게 심판론이 여전히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각 지역에서 뛰고 있는 우리 후보들은 그 심판론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총괄적 판세는 박빙으로 보이지만, 백중열세인 지역이 대부분이고, 백중우세 또는 우세인 지역은 새누리당이 훨씬 많고 우리는 적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야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엄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 엄살이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원내 제1당을 묻는 질문에 43.6%가 새누리당을 꼽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을 꼽은 응답자는 39.6%에 불과했다.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여당인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하지만 이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필자는 이미 수차에 걸쳐 ‘박근혜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MB 정권심판론과 함께 박근혜 위원장의 ‘동반 책임론’을 제아무리 외쳐도 국민들에게는 그저 ‘헛소리’ 정도로 들릴 뿐이다.
왜냐하면, 박근혜 위원장이 비록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정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한 통속으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MB 집권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오히려 당을 장악한 친이계로부터 내내 핍박받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세종시 수정안을 저지하는 등 ‘여당내 야당’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과)같은 한나라당을 했지만, 사실 굉장히 고통스럽게 세월 보냈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MB정부 실정에 책임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들 생각 역시 홍 의원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지난 해 6월 미디어 리서치가 아주 재미있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에 대해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교체’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무려 53%에 달했다.
즉 국민 절반 이상이 MB 정권과 박 위원장은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MB 정권 심판자로 민주당 등 야당이 아니라, 박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야당이 제 아무리 ‘박근혜 동반 책임론’을 목청껏 외쳐도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그런 소리를 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야당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상승세를 타던 민주당의 기세가 한풀 꺾인 데에는 ‘박근혜 동반 책임론’ 주장이 한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민주당 등 야당으로서는 이런 ‘박근혜 현상’이 매우 곤혹스런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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