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창의인재학교'

자유롭게 생각하고 토론하며 '살아있는 지식' 쌓는다

유은영

| 2012-04-11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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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여섯명의 팀원들은 모두 자못 진지한 표정이다. 노트북을 두드려 '공정무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한다. 팀원들과 의견을 모은다. 발표와 평가가 이어진다. 흡사 심층면접 현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다름 아닌 서울 금천구(구청장 차성수)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 36명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운영하고 있는 '금천창의인재학교'의 모습이다. 수능공부에 바쁜 아이들은 왜 토요일 아침부터 수능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공정무역'이란 단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금천창의인재학교의 시작
입시에 찌든 우리네 교실에서 창의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놔두어야 할까? 금천창의인재학교는 이 짧은 물음에서부터 출발했다.

금천구에는 원래 '금천영재교실'이 있었다. 금천영재교실은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국어, 영어,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기존 사교육을 대체하지 못한 채 단지 '수료'만을 위한 또 하나의 방과 후 교실이 되고 말았다.

이에 구는 금천영재학교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교육모델연구에 착수했다. 지역내 뜻 있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이 계획에 동참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게 할수록 더 많이 배울 것'이라는 구의 목표를 들었을 때, 교사들은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는 '학생들을 믿는다면 아이들은 우리에게 놀라운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득했고, 3월17일 금천창의인재학교가 탄생했다.
■금천창의인재학교의 프로그램
금천창의인재학교의 프로그램은 크게 ▲창의캠프 ▲주제특강 ▲주제체험 ▲주제탐구의 네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장 추천을 받아 참여하게 된 36명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4시간 동안 총 10회에 걸쳐 환경, 공정무역, 신소재, 대중문화 등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생각을 모은다.

▲창의캠프
지속가능발전, 그리고 지속가능발전교육.

용어조차도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감 잡기가 어렵다. 또한 매주 토요일마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그마저도 데면데면할 수 있다.

이에 구는 학생들이 생소한 개념에도 익숙해지고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지난 달 17일, 18일에 1박2일 일정으로 캠프를 다녀왔다.

평창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첫 번째 창의캠프는 '지속가능발전과 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조우진 교육팀장이 강사로 나섰다. 조별로 조원소개자료를 만들어 서로 소개하는 시간도 갖고, 대관련 삼양목장 풍력발전단지와 여주 고달사지를 찾아가 체험활동을 하기도 했다.

창의캠프는 창의인재학교의 시작과 끝, 중간 시점에 1박2일 캠프를 떠나 학습흐름을 살펴보고 학생간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3월, 그리고 7월과 12월의 총 3회로 예정돼 있다.

▲주제특강
학생들은 강사로부터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운다. 그리고 30분 동안 혼자서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다른 사람과 토의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까지 생각의 범위를 넓힌다. 토의결과를 발표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이끌어낸다.

이것이 총 5회로 준비돼 있는 주제특강의 일련의 과정이다. 강의를 듣고 인터넷 조사만으로 활동을 마친다면 조금 유연해진 주입식 교육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주제특강이 기존의 수업과 다른 점은 환경, 공정무역 등 멀게만 느껴지는 범세계적 문제를 실생활과 연관지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도출해낸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속가능개발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인 '환경'에 대해 다룬 1강을 시작으로 인권, 과학기술, 지역사회, 대중문화 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주제체험
'이런 것이 있구나'하고 알았으면 몸소 체험해봤을 때 '진짜 내 것'이 된다. 다섯번의 주제특강이 끝난 5월12일부터는 환경 관련 연구소, 공정무역 가게, 신소재 과학관 등에서 체험의 기회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제탐구
단편적인 지식습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중ㆍ장기 프로젝트도 빠질 수 없다. 1학기 과정인 주제특강과 주제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발휘할 기회가 온다. 조별로 주제를 선정해 8월25일부터 9월22일까지 그리고 10월27일부터 11월24일까지 5주간의 중ㆍ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금천창의인재학교에서 '배움'이란?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 공정무역에 대해 아무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도 '써먹지' 못하면 필요가 없다. 실생활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라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천창의인재학교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했다. 선생님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멘토로서의 역할만을 맡고, 아이들은 기본적인 정보만을 가진 채, 지식을 확장시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찾아낸다.

지금까지 학교에서의 수업은 학생이 수업 중에 졸거나 떠들어도 수업은 흘러간다. 하지만 여기에서 무임승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스스로 나서서 조사하지 않으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이렇듯 금천창의인재학교에 있어 '배움'이란 우리가 그동안 교실에서 칠판을 바라보고 차곡차곡 앉아서 영어나 수학을 배웠던 것을 뜻하지 않는다. 선생님에게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받고 스스로 찾아나서는 것이 배움의 첫 걸음이다. 두 번째 단계는 서로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며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이를 바탕으로 범세계적인 문제를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며, 궁극적인 단계는 그것을 '우리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금천구의 도전
처음이기에 시행착오도 있고 완벽한 시스템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매주 수업이 거듭될수록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부족했던 점을 평가하고 보완해나간다. 실제로 주제특강 2강에서는 학생들이 자료조사할 시간과 토론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주제강연시간을 120분에서 90분으로 30분 축소했다.

그러자 아이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정무역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접 커피전문점과 대형마트에 전화를 걸어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금천창의인재학교의 수업방식을 체계화해 유네스코의 지속가능개발교육 인증을 받고, 다른 수업 현장에도 보급해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렇듯 양쪽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금천구의 도전'이 의미가 있다.

유은영 기자 ryu2012@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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