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개편안 우려

고하승

| 2012-04-18 15:02:00


Warning: getimagesize(http://www.siminilbo.co.kr/news/photo/Bdatafile/News/296658_1.jpg): failed to open stream: HTTP request failed! HTTP/1.1 404 Not Found in /home/simin/mobile_html/news/skin/default/display_amp.php on line 76
편집국장 고하승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이는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지방자치제 개편안에 꼭 어울리는 속담이다.

행개위는 최근 광역·특별시 기초의회 폐지 및 광역시 기초단체장 임명제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물론 단체장들이 선심성 사업을 일삼아 지자체 재정난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기초의원들 가운데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광역·특별시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시 기초단체장 임명제를 정당화하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아예 지방자치제도의 싹을 잘라 없애 버리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따라서 전국기초의회의장단협의회와 서울시구의회협의회가 18일 추진위 결정을 비판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실제 서울구의회협의회장인 성임제 강동구의회 의장은 “중차대한 개편안을 지방대표와 한마디 논의도 없이 결정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전국 광역시 자치구의회 등과 연합해 개편안을 결사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강력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이날 강동구의회는 임시회를 열어 ‘구의회 폐지 지방자치제도 개편안 철회 촉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추진위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에는 의회를 둔다’는 헌법 제118조를 위반했다는 것.

앞서 인천광역시 구청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10여명도 지난 16일 중구에서 모임을 갖고 개편안을 강력히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치와 역량이 높아진 상황에서 구청장 임명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

이에 따라 추진위는 2014년 입법 추진을 목표로 상반기 중에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행개위 개편안은 일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오는 6월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보고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의결됐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위원장 직권으로 의결처리 하는 등 무리수를 둔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시기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이명박 정권 말기다.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임기 내 이를 추진할 능력과 시간이 있는지 의문이다.

자칫 이 문제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간 대결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어쩌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가 격돌하는 양상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특히 개편안에 따르면 인구가 적거나 면적이 작은 자치구 10곳이 인접구와 통합된다. 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동구, 부산 수영구· 연제구, 대구 중구·남구, 인천 동구·중구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안을 만들면서 정작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됐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행정 효율성 중요하다.

그리고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있었고, 국민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 그렇다고 해도 여론수렴과정을 생략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도 국민이 용납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지역민과의 소통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리한 의결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회는 이런 비정상적인 절차로 추진되고 있는 행개위 개편안에 대해 보이콧해야만 한다.

거듭 말하지만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제 겨우 자리잡아가고 있는 마당에 몇몇 단체장들과 기초의원들의 자질 문제를 이유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