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쉐'로 새 삶… 장애인 홀로서기 돕는다
서울 '송파위더스'
유은영
| 2012-04-23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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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이가은(22, 여, 가명)씨는 자폐 1급 장애인이다. 올해 초까지 서울의 한 장애인 복지관에 다니던 가은씨에게는 요즘 들어 새로운 꿈이 생겼다. 바로 파티쉐가 되는 것. 지난 3월 '송파위더스(With Us)'로 출근하면서부터 새롭게 생긴 소망이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 마천동 성내천로 333-4에 위치한 '송파위더스'는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이 구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이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해 10월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과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1월 송파구장애인보호작업장 '송파위더스'라는 이름으로 시설 등록을 마치고 올해 3월 개원식을 가졌다. 송파위더스는 주로 지적장애인들이 생산한 푸딩과 케익, 쿠키를 유통업체 등에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송파위더스에서 일하는 장애인 10명은 혼자서 출ㆍ퇴근이 가능하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일탈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지난 2월 초부터 3주간의 관찰 기간을 거쳐 선발됐다. 3월부터는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보내고 있는데, 기억력이 좋은 가은씨는 동료들에 비해 작업숙련도가 높아서 케익을 만드는 일은 물론, 송파구청 지하 매장에서의 판매 업무에도 나서고 있다. “중1 여름에 복지관에서 요리를 처음 배워서 관심이 있었어요. 중3 1학기 때는 케익 데코레이션도 배웠어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볼펜이나 사인펜 같은 걸 조립했는데 그건 별로 재미없었고요. 송파위더스에서 이번에 푸딩을 만드는데 너무 재밌고, 내가 만든 푸딩이 맛있어서 좋았어요. 구청에서 푸딩 파는 것도 재미있고요. 선생님이 파티쉐가 되려면 힘도 세야 한다고 해서 요새 운동도 하고 있어요.” 가은씨의 일과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시작된다. 마음산책과 조회, 스트레칭 시간을 거쳐 오전에 세 시간을 열심히 일하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작업량에 따라 직업적응훈련에 참여하거나 남은 작업에 투입된다. 퇴근시간은 저녁 6시. 비장애인 근로자들과 똑같은 근로시간이다. 설립일인 11월3일과 근로자의 날(5월1일), 공휴일에는 휴무도 주어진다. 늘 즐겁게 일하는 가은씨에게도 남모를 고충은 있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공정의 특성상 위생 상태에 신경써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작업장 청소가 가은씨에게는 쉽지 않은 것. 엄마 박영희(56, 가명)씨 역시 새로운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딸 가은씨가 기특하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해요. 엄마 입장에서는 우리 애가 감정표현을 힘들어해서 걱정이 많은데 이렇게 밖에 나가서 능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라 기분도 좋고요. 집 가까이에 이런 시설이 있어서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푸딩과 케익, 쿠키의 생산에서부터 포장, 납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이 주어진다. 케익을 만들고 장식하는 일은 물론, 용기 세척이나 청소, 케익 운반 같은 허드렛일도 스스로 척척 해낸다. 이들의 직업훈련을 돕고 있는 직업재활사 김여종(40, 여)씨가 느끼는 보람도 남다르다. “근로장애인들이 주어진 작업에 집중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되죠. 가끔 본인의 작업 능력이 생각만큼 안 따라줘서 실망하는 분이 있을 때는 좀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26.61㎡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작업장은 지상 2층에 있는 디저트류 제조실을 비롯해 1층에는 제품 포장실, 납품실, 냉장ㆍ냉동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지하에는 식당, 휴게실, 개인 라커룸, 샤워실 등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 리모델링과 시설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위탁 운영자인 '함께 만드는 세상'이 부담했다. 송파위더스의 프로그램은 크게 ▲제조작업훈련 ▲자활훈련 ▲직업지원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현재 수습기간을 거치고 있는 장애인들은 지난 2월27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디저트류(푸딩 및 케익, 쿠키류) 제조작업 훈련을 통해 수준급의 생산기술을 습득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사회교육, 성교육 등의 자활훈련과 직업상담 및 평가, 직업훈련 등의 직업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후원자 및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과 실습지도, 내ㆍ외부 교육도 이뤄진다. 그리고 기타 정서지원활동이나 체력단련활동도 이뤄진다. 장애인들이 순탄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직업재활사나 사회복지사, 파티쉐 등 8명의 비장애인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송파위더스의 운영을 맡고 있는 정진옥 원장(50, 여)은 “아직까지 체계적이거나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장애인들이 만든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또 장애인들에게 일반인 수준의 보수가 돌아갈 수 있도록 유명 대기업이나 대형마트같은 쪽으로 판로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역시 적극적인 장애인 자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송파위더스를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서울시에 신청서를 접수시킬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받게 되면 근로 장애인들을 위한 소정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구청 지하 1층의 <푸딩먹고 '푸잉푸잉' 디저트카페>에서도 공무원들이나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푸딩과 케익을 판매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송파위더스의 활동으로 중증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될 경우,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돼 자립의지를 고취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장애인보호작업장이 활성화된다면 청각장애인 등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ryu2012@siminilb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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