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쇄신안 확정했으나...
전국운영위, 대표단·비례대표1~3번 사퇴 강수
이영란 기자
| 2012-05-06 15:24:00
[시민일보] 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 사태의 해법을 찾던 통합진보당이 공동대표 4인과 비례대표 1~3번 사퇴라는 강수를 두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으나,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6일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전날 오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인터넷 다음 카페를 통해 전국운영위원회 전자회의를 개최,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운영위원 50명 가운데 과반수인 28명이 표결에 참가해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권고안이 확정됨으로써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사태를 수습한 뒤 오는 12일 열릴 중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총사퇴하게 됐다.
또 전국운영위는 순위 경쟁 비례대표 명부가 선출과정에서 정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점을 감안, 비례대표 1~3번 당선자 윤금순·이석기·김재연씨를 비롯해 경선을 통해 뽑힌 조윤숙·이영희·오옥만·노항래·나순자·윤난실·황선·문경식·박영희·김수진·윤갑인재 후보 등 모두 14명을 일괄 사퇴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전략공천된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강종헌씨 등 5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은 6석이지만 경선을 통해 뽑힌 비례대표 후보 14명이 총사퇴하고 전략공천된 유시민 공동대표 역시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부득이 5석만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 공동대표는 전날 오전 7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운영위원회 자리에서 "(앞번호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가 의결되면)제가 당선권에 포함되지만 이는 온당치 않은 일"이라며 "(저는)당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 뿐 아니라 실제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경선 관리가 미흡하고 체계가 없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바로 그 사유로 인해 생긴 비례대표직을 받는 것은 당원들도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운영위에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저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며 "비례대표 12번은 이 안건과 관련해서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전국운영위는 선거 관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관련자 전원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고, 차기 당직선거를 관리할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당원 의견 수렴을 거쳐 당헌·당규를 제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며 선거시스템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비대위 구성원은 전국운영위원회에 의해 추천을 받아 중앙위원회를 통해 임명된다. 이렇게 구성된 비대위는 다음달 말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뒤 해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국운영위는 이번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쇄신안 발표 후 천호선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은 "공동대표단 사퇴와 순위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사퇴는 당의 중앙위원회 다음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운영위원회의 정치적 결의이자 권고"라고 설명했다.
또 "강령·당헌당규 제·개정과 혁신 비대위 인준을 위한 중앙위원회를 오는 12일에 개최하기로 했다"며 "중앙위원회에 제출될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다음주 중 전국운영위를 다시 한 번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쇄신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의 다수파인 당권파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전날 조사위 결과보고서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조사위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비롯해 대다수의 운영위원들은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선거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 사실인 만큼, 부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급기야 이 공동대표가 운영위원들의 반발에 의장직을 내놓고 나가자 참관인들은 고함을 지르며 회의장을 점거, 운영위를 중단시키기도 했었다.
그 결과 운영위는 밤샘토론에도 불구하고 단 1개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유 공동대표는 "어느 당원, 어느 국민이 이를 국회 제3당의 토론이라고 이해해줄까"라며 한탄했다.
이 같은 통합진보당의 갈등이 결국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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