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은밀하게 추진하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막아 냈다.
당연히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열린 국회 개원식에서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을 보류하라고 했다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절차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했다”며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특히 "관련 상임위에서 문책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 같은 날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며 한발 물러서고 말았다.
사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KTX 민영화 방침을 무력화 시킨 것도 박 전 위원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올림픽스타디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같은 방식의 민영화에 반대한다"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므로 19대(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당시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새누리당은 이 같은 입장을 공식 의결한 바 있다.
또 그는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방침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을 잘 알고 있는 친박계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요즘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답답하다. 인천공항 매각 문제는 18대 때 국토해양위에서 다뤘는데 갑자기 매각으로 가는 걸 보면 정부가 그렇게 감이 없는지, 민심에 대해 관심 없는 건지, 정권 말 현상인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캠프 합류설이 나오는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3일 한 방송에 출연, 현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 중인 KTX와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이 정권은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합당하다"며 "KTX 민영화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게 비대위 시절의 결정이며 인천공항 지분매각과 차기전투기 사업도 임기 마지막 해에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들이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는 시점에 박 전 위원장이 전면에서 서서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국정운영을 막아낸 것이다.
만일 박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 대통령은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물론 KTX와 인천공항 민영화, 차기전투기 사업 등을 불도저처럼 밀어 붙였을 것이고, 야당은 무기력 하게 그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서 준 것에 대해 민주당은 당연히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감사의 뜻을 전하기는커녕 오히려 박 전 위원장에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있다가 협정 체결이 연기되니까 이제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며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놓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아무리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대선국면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왜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완패 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각까지 민주당 내 어느 후보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박지원 원내대표처럼 비비 뒤틀린 ‘꽈배기’ 심보를 가지고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고 있으니, 그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집권하는 것을 ‘재집권’이 아니라 ‘정권교체’로 생각하고 있다.
즉 민주당 등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야당이 아닌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민주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요인 중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 모노리서치가 지난 1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401명을 대상으로 IVR(ARS)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직전 조사 대비 5.1%p가 올라 49.7%에 달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짖지율은 직적 대비 무려 6.0%p가 빠져 23.7%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율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맨’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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