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美 최대 명절 '독립기념일'
대규모 정전, 폭풍, 산불로 공식 불꽃놀이, 축제등 취소, 금지
뉴시스
| 2012-07-05 14:07:00
【워싱턴=AP/뉴시스】100만 명 이상의 미국민들이 1776년 이래 최대의 명절인 독립기념일을 찜통 더위와 암흑 속에서 맞았다. 지난달 29일 미 중서부와 동부 지역을 강타한 때아닌 폭풍 피해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로 독립기념일 축제없는 우울한 날이 된 곳이 많다.
야외 파티들은 취소되거나 전기가 회복된 집으로 장소가 변경됐고 휴가 계획도 취소되거나 변경됐다. 전기가 다시 들어온 집들도 축하할 기분이 사라진 어두운 분위기이다.
콜로라도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은 아직도 기세를 올리고 있는 산불로 공식 불꽃놀이 등이 모두 취소·금지됐다. 불타는 가뭄에 바싹 마른 갈색 잔디 때문에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는 가정집 뜰의 바베큐 파티조차 금지됐다.
지난 주말의 강풍은 예고 없이 불어닥쳐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오하이오와 일리노이주까지 무려 300만 가구와 회사들의 정전 사태를 일으켰다. 전력회사들은 1주일 뒤에야 복구가 끝난다고 예고하고 있다.
독립기념일인 4일에도 90만 가구 이상이 정전 상태이고 각 지방정부와 시청 직원들과 인부들은 휴일에도 쓰러진 거목들의 가지를 잘라 치우거나 전력 복구 공사에 매댤려 있다. 전기 복구 공사를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메릴랜드에서만 4개 이상의 폭죽놀이 행사가 취소됐다. 축제 행사에 경찰 병력과 조명을 배치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메릴랜드 로크빌에서는 폭죽놀이와 파티가 예정된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는 세 군데 출입구가 모두 쓰러진 나무와 얽힌 전선으로 막히는 바람에 독립기념일 밤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불과 30분 거리인 게이터스버그에서는 축제 장소를 전력회사가 전기 복구 공사를 위한 자재와 장비를 두는 본부로 사용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하지만 워싱턴의 폭죽 행사와 버지니아주의 조지 워싱턴 영지였던 마운트 버넌에서는 12시간만에 정전 사태가 해결돼 폭죽놀이와 생일 케이크, 아이스크림 준비가 진행 중이다. 또 독립전쟁 이전 버지니아의 임시수도를 복원한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에선 대포와 군악대, 독립선언서 낭독 등 행사가 예정대로 거행된다.
산불로 몇주일째 고생하고 있는 서부 지역의 소방대는 일시적인 강우로 불길이 잦아든 곳도 있지만 아직 위험하다며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걱정하고 있다. 콜로라도주는 포트 콜린스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걸쳐 폭죽과 불꽃 금지령을 내렸으며 개인 집에서 이를 위반하더라도 혹독한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주 관리들이 밝혔다.
와이오밍과 유타, 콜로라도의 엄청난 산불 지역이 내뿜는 연기와 불꽃이 상당 지역의 대기질을 떨어뜨리고 있어 외곽 지역 주민들의 고통도 심하다. 다행히 콜로라도 지역 일부에 약간의 비가 내려 350가구를 불태운 왈도 계곡의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됐다고 현지 경찰이 말했다.
지난주의 폭염에 이어 와이오밍과 콜로라도 지역의 습도가 올라가며 냉기가 유입되고 비가 내리면 산불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45개의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중 36건이 일어난 서부 9개 주의 피해 복구가 요원한 가운데 많은 지역에서 독립기념일 휴일은 주로 자연재해와 싸우는데 바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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