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보스니아 무슬림 110Km 탈출 재연
"1995년 스레브레니카 대학살 주도자 유죄선고 하라"
뉴시스
| 2012-07-09 14:13:00
【네주크(보스니아)=로이터/뉴시스】지난 1995년의 스레브레니카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보스니아인들이 8일 학살 주도자 라트코 믈라디치가 9일 재개되는 민족학살 국제법정 심판에서 어서 빨리 유죄 선고를 받기를 요구하면서, 믈라디치의 세르비아 군대로부터의 자신들의 탈출을 재연하고 동부 구릉지를 행진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유럽 대학살이라 칭해지는 이 학살은 1995년 7월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유엔이 보호하고 있던 격리된 지역을 쳐들어가 8000명의 무슬림 남성과 소년들을 무참히 도륙한 사건이다.
약 1만5000명의 남성과 소년들이 당시 숲 속을 통해 도망쳐 나오긴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포를 쏘고 매복해 있는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먹잇감이 됐고, 또 유엔 병사로 위장한 이들에게 항복하다 변을 당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4000명 중의 한 사람인 53세의 드메마일 베치로비치는 "당시의 일은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밤이나 낮이나 그날의 현장이 나를 쫓아온다"고 말했다.
같은 나이의 라시드 데르비세비치는 그때 깊은 삼림 속을 7일 동안이나 공포와 기아 속에 전전하다 간신히 안전지대에 도착해 살아났다. 그는 해마다 11일의 사건 추모일 사흘 전에 시작하는 110km의 행진 행사에 참여해왔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온다. 그 고통을 또다시 겪어야 하는 것 같다. 마을 사람 68명은 언덕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었는데, 내가 도망온 루트를 지날 때마다 아직도 나랑 같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보스니아 공화국이 유고 연방에서 독립하고자 할 때 이를 반대하는 세르비아계의 군대 사령관 믈라디치는 휘하 부대의 스레브레니카 포획을 친히 목도했는데, 이후 16년 동안 숨어 있다가 지난해 5월 세르비아에서 체포됐다. 그는 그 학살을 주도하고 수많은 시민을 저격 살해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 포위에 관여한 민족학살 혐의로 기소됐다.
1992-1995년의 보스니아 전쟁 중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 역시 그 법정에 서 있다.
무슬림들은 이 두 사람이, 그들의 멘토인 세르비아의 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와는 달리 재판 도중 죽지 말고, 판결을 들을 때까지 살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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