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10초룰·전자호구’ 파격 변신

“종목 퇴출 막자” 룰 변경 승부수…비디오 판독제로 판정시비 차단

온라인뉴스팀

| 2012-07-19 13:53:00

태권도가 달라진다.


태권도는 그동안 초반에 점수를 따내면 끝날 때까지 수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규칙 역시 수비 위주의 경기를 적절하게 막지 못했고 판정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태권도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경기장 축소, 득점제도 변화 등 대폭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간다. 또한 끊임없이 제기됐던 판정문제도 전자호구 도입, 즉시 비디오 판독제를 통해 풀어나갈 예정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던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58㎏급과 80㎏이상급, 여자 67㎏급과 67㎏이상급 등 4체급에서 다시 한 번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체급과 경기 규칙


태권도는 올림픽에 남녀 각 4체급씩 모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자부는 58㎏급·68㎏급·80㎏급·80㎏이상급, 여자는 49㎏급·57㎏급·67㎏급·67㎏이상급 등으로 나뉘며 특정국가의 독식을 막기 위해 남녀 각 2체급씩 최대 4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이 남녀 각각 2체급씩에만 출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에서는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다소 줄어든 가로 8m x 세로 8m의 정사각형 경기장에서 실력을 겨루며 경기는 2분씩 3회전으로 치러진다. 각 회가 끝나면 1분의 휴식이 주어진다.


2회전 종료 후나 3회전 어느 때라도 점수차가 12점 이상 나면 ‘점수차승’으로 즉시 경기가 종료되며 4점 감점시에는 반칙패로 처리된다.


경기 방식은 16강·8강·4강·결승 등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며 결승진출자에게 진 모든 선수는 패자부활전에 참가해 동메달을 노릴 수 있다.


▲공격적인 선수가 ‘매우’ 유리


WTF(세계태권도연맹)은 런던올림픽에서 좀 더 공격적이고 활기찬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차등점수제 및 벌칙강화’다.


그간 태권도가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경기를 뒤집을 만한 공격점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몸통 1점, 얼굴 2점으로 공격별 점수 차이가 적어 어느 정도 점수 차이가 나면 점수지키기에만 집중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몸통 직선공격 1점, 몸통 회전공격 2점, 머리 직선공격 3점, 머리 회전공격 4점 등으로 세분화됐다. 몸통 직선공격을 세 번 허용했어도 머리 회전공격 한 번으로 역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경기를 회피하거나 시간을 끄는 행위에 대한 벌칙도 강화됐다. ‘10초룰’의 도입으로 수비적인 선수에게 경고(경고 두 번이면 1점 감점)가 주어지며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선수는 바로 감점을 받는다.


또한 경기장의 크기도 종전 가로 10m x 세로 10m에서 가로 8m x 세로 8m로 줄여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전자호구제와 비디오판독제


태권도는 그동안 판정 관련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자크 로케 IOC위원장이 직접 관전하는 경기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선수가 판정에 불복해 경기 중단사태가 빚어지기도 했고 베이징올림픽 때는 한 쿠바 선수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주심의 얼굴에 앞돌려차기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WTF는 런던올림픽에서 이같은 판정 시비를 줄이기 위해 전자호구에 이어 올림픽 사상 처음 즉시 비디오 판독제(Instant Video Replay)를 도입한다.


런던올림픽에 선보이는 스페인의 대도(Daedo)는 전자호구로 일정 강도 이상의 타격이 없으면 유효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2009년 코펜하겐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사용됐던 종전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는 정확히 맞히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대도는 압력에 민감하다. 유효득점으로 인정되는 강도는 체급에 따라서 달라진다.


또한 총 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경기 화면을 찍어 비디오 판독 판정에 이용한다. 각 선수는 토너먼트를 통틀어 1번의 판독요청 기회를 갖게 되며 결승전 및 동메달 결정전에는 각각 1번의 판독요청 기회가 새로 주어진다.


▲“마지막이란 각오로 뛰겠다” 태권도대표팀의 출사표


이번 올림픽에는 남자 58㎏급 이대훈(20·용인대), 남자 80㎏이상급 차동민(26·한국가스공사), 여자 67㎏급 황경선(26·고양시청), 여자 67㎏이상급 이인종(30·삼성에스원) 등 4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따냈다.


‘전자호구의 신’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이대훈은 종전 라저스트 전자호구에 이어 대도 전자호구까지 빠르게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주체급(63㎏급)보다 한 체급 낮춰서 출전해 큰 신장을 이용한 얼굴공격 등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차동민은 거구들이 많은 80㎏이상급에서는 왜소한 편이지만 민첩성과 우연성을 앞세워 다시 금맥을 캐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 때보다 전략이 많이 노출됐지만 고된 훈련을 버티고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과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여자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태권도 여제’ 황경선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금메달에 도전한다. 황경선은 “10대에 나갔던 아테네올림픽때 밑에서 위를 봤다면 지금은 위에서 아래를 넓게 보고 있다”며 “영국에서 맞수 사라 스티븐슨을 물리치고 빚을 갚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이인종은 “올림픽 대표 선발이 안됐으면 오는 12월에 선수생활을 접으려고 했지만 대표로 선발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며 “꼭 금메달을 따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수줍지만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세혁(58) 감독은 “한국 태권도가 기술적으로는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어 체력과 정신력만 잘 준비된다면 승산이 있다”며 “이제 모든 준비는 마쳤으니 모든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한국대표팀의 금메달을 기원해주시기를 바란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태권도 대표팀은 다음달 8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부터 열리는 이대훈의 예선경기를 필두로 금빛 항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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