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한 마을의 양을 돌보는 양치기 소년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친다.
그 소리에 놀란 마을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늑대를 잡으러 왔다. 자신들의 재산인 양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거기에 늑대는 없었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양치기 소년이 또 한 번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알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은 늑대를 쫓아내기 위해 ‘우르르’ 달려 나왔다. 하지만 역시 늑대는 없었다. 이번에도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양치기 소년은 다시 한 번 마을 사람들에 “늑대가 나타났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에는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재산인 양을 지키기 위해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번씩이나 속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양들은 늑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 동화의 교훈은 거짓말을 하면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화를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우리는 새로운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희생당한 것은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재산인 ‘양’들이다. 양들이 소년의 거짓말 때문에 늑대의 먹잇감이 되고 만 것이다.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그 일차적인 책임은 양치기 소년에게 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에게도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양치기 소년보다도 마을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동화를 읽어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양치기 소년은 마을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했다.
만일 첫 번째 거짓말을 했을 때, 마을주민들이 단호하게 대응했더라면, 즉 호되게 야단을 치거나 아예 ‘양치기’ 직을 박탈해 버렸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자신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양들이 늑대의 먹잇감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그저 실망하고 돌아섰을 뿐, 그를 크게 나무라지도 않았고, 양치기 일을 계속하도록 방치하고 말았다.
얼마나 바보스러운 모습인가.
양치기 소년은 마을사람들의 그 바보스런 모습에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두 번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도 마을사람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그로인한 손해는 바로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양이 늑대의 먹잇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기업의 횡포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가 쓴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재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벌해야한다”는 얘기가 있다. 심지어 다른 특강에서는 “사형”까지 언급했다.
국민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 원장은 9년전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오히려 구명운동을 벌였다.
“재벌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벌해야한다”는 안원장의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안 원장은 “벤처소사이어티의 회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며, 최 회장과의 관계가 특별한 관계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실제 안철수 원장은 탄원서 서명 3년 전인 2000년 7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합작을 통해 IA시큐리티라는 회사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안 원장은 두 번째 거짓말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듣고도 아무 조치를 위하지 않았던 마을사람들처럼, 그냥 실망하고 돌아서겠는가.
아니면, 단호하게 양치기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겠는가.
바로 여러분의 선택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고, 지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