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생각 따로 행동 따로’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룸살롱’ 사건이 불거져 나왔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선언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이 모양이다.
실제 각 언론이 안 원장에 대해 제기한 의혹만 해도 지금 몇 개인지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는 단순한 의혹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가 나타난 것도 수두룩하다.
우선 안 원장이 그동안 해오던 일과 그가 최근 출간한 <안철수 생각>은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안 교수는 지난 2001년 재벌 2, 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브이뱅크'는 SK나 롯데 등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자금 확보와 금융실명제법 문제 등에 부딪혀 설립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안 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안철수 생각>에서 기업의 금융산업 장악에 따른 해악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금산(金産)분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모순된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혐의로 구속된 SK의 최 회장에 대해 선처해주도록 당국에 호소하는 탄원서를 올리는데 동참하기도 했다.
특히 안 원장이 최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것은 안 원장이 설립한 인터넷 무선보안관련사인 ‘아이에이 시큐리티’사에 최 회장이 30%의 지분을 출자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져 나온 마당이다.
이는 <안철수 생각>이 재벌에 대해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실제 안 원장 자신은 뒤에서 재벌과 손잡고 이익사업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룸살롱’ 사건이라는 새로운 사건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신동아> 9월호에 따르면, 젊은 오너 및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YEO Korea’의 한 회원이 안철수 원장의 유흥주점 출입 경험에 대해 언급했다. 안철수 원장이 회원으로 활동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에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
물론 룸살롱에 간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재벌 2,3세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그런 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가 지난 2009년 6월17일 ‘무릎팍 도사’에 출연, “술을 못 마시고 여종업원이 배석하는 술집 자체를 모른다”면서, 단 한 번도 단란주점에 가본 적이 없다는 거짓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금 인터넷상에서는 안 원장을 향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상태로 그가 끝까지 출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범야권 원로인사들이 참여한 '희망2013·승리 2012' 원탁회의가 안 원장에게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며 사실상 출마를 종용하고 나섰다.
원탁회의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사전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안 원장에게 공식 출마선언을 서두르라고 다그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제는 그가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안 원장에게 ‘돌아 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고 지적하는 것은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각종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출마포기를 선언할까봐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출마포기를 할 경우,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은 아닐까?
한마디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어쩌면 야권은 안 원장이 검증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출마포기를 선언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거나, ‘책임’ 운운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선택은 안원장의 몫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안 원장 스스로 져야 한다.
과연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안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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