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라 칠레 대통령 여론에 뭇매

"극빈층 4명중 1명 빈곤서 구출".. 빈곤율 통계조작 들통

뉴시스

| 2012-09-12 14:52:00

【산티아고(칠레)=AP/뉴시스】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네라 대통령이 빈곤율을 줄인 통계조작으로 선거전에서의 공약을 지킨 것처럼 위장,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포화를 맞고 있다.

피네라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일자리 창출과 칠레 극빈층에게 지원금을 제공해온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칠레 정부가 극빈층 네명 중의 한명을 빈곤에서 구출했다는 그의 통계는 권위있는 유엔 산하기관의 통계와 창피할만큼 수치가 맞지 않아 들통이 나게 됐다. 더구나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49일이나 지난 7일에야 나왔으며 3년만에 한번씩 실시하는 가구당 수입에 대한 조사방법에 대한 해명도 불충분해서 국민의 의심만 키웠다는 것.

피네라 대통령 자신도 2014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극빈층을 없애기 위해 싸우겠다는 선거공약을 지난 5월 되풀이 함으로써 정치공작에 의한 통계조작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7월에 처음 통계가 발표됐을 때 그는 일대 축하 분위기를 띄웠다. 통계표와 그래프를 공개하면서 극빈율이 2009년 3.7%에서 2011년엔 2.8%로 떨어졌으며 칠레의 1650만 국민들에게서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던 전반적인 빈곤율도 오랫동안 15.1%대를 유지하다가 14.4%까지 내려갔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그 후 피네라는 칠레의 겨울인 7~8월 내내 경제전문가, 국회의원, 기자들로부터 그 통계숫자가 과연 정확한 것이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며 보내야 했다.

피네라와 그의 지지자들은 칠레의 사회개발부가 1987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협조해왔던 유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경제위원회(ECLAC)에 의해 모든 통계수치가 확인 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위원회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칠레의 산티아고에 파견돼있으며 이들의 승인에 따라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투자를 꺼리던 투자자들이 몰려온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 7일 마침내 발표된 이 통계의 기술적 세부사항은 오차율이 0.82% 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엄격한 수학적 계산으로는 피네라가 몇달동안 자랑하고 주장했던 수치들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칠레의 인구대비 빈곤율은 13.6%까지 떨어진 것으로 돼있지만 , 실제로는 15.2%까지 상승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피네라 대통령은 숫자와 통계의 달인이다. 칠레대학에서 17년이나 이 과목에 대해 가르쳤을 뿐 아니라 칠레에 크레딧 카드를 도입하고 LAN 항공사를 설립, 지역 독점 항공사로 키우면서 24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모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설상 가상으로 지방 기자들이 그가 그동안 승리라고 주장했던 통계숫자가 사실은 칠레정부와 공동 조사에 가담했던 유엔의 최고 연락책에 의해 여러번 '의미 없는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나서자 피네라 대통령의 통계조작은 일약 스캔들로 폭발하게 되었다.

다음 대선에서 같은 중도 좌파 후보로 유력시 되는 안드레스 벨라스코는 "이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문제의 통계에 대해 신빙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평가들은 그 여론조사가 실시될 무렵 정부가 일시적으로 1만 페소( 약 21달러)씩을 나눠주면서 월수입 액수를 상향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유엔의 ECLAC가 피네라 대통령에게 이 조사의 첫 통계가 아직도 15%의 빈곤율을 고수하고 있다고 알린 뒤에 3명의 정부 고위직원들이 새로운 문항을 집어 넣어서 빈곤층의 숫자를 끌어 내리려고했다는 정황도 속속 밝혀져 피네라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ECLAC의 안토니오 프라도 사무국장은 2009년에 추가된 몇가지 설문은 응답자의 월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이 추가 되었음을 시인했다.

또한 칠레 정부는 월 74 달러선을 빈곤층의 수입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 수도 산티아고 인근의 빈민굴에서는 한달에 147 달러 정도로도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빈곤에서 탈출하기가 복권 당첨 만큼이나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