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가도에 발목이 잡혔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최근에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이다.
우선 그가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실제 그의 과거행적 간의 불일치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생각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만 했다.
특히 책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은 매우 신랄하다.
한국경제 정규재 논설실장은 '착한, 너무 착한 안철수'라는 제목의 책에서 “일부 좌파세력들이 말한 걸 안 교수가 대학 1학년생처럼 따라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안철수의 생각’ 출판으로 단숨에 대권 유력주자 반열에 오른 그가 이제는 되레 그 책으로 인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제 안 원장과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와 안 원장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문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가 48.6%에 달했다. 반면 안 원장을 선택한 응답자는 고작 31.8%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16.8%포인트에 달하는 것이다.
사실 책이 출간될 당시만 해도 문 후보는 안 원장의 게임 상대가 못됐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문 후보 지지율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지지율을 띄어주던 ‘안철수의 생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역적인 현상이 아니다.
안 원장(50.9%)은 호남권에서만 유일하게 문 후보(35.0%)를 따돌렸을 뿐, 수도권과 영남권, 충청권, 강원 권 등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문 후보에게 뒤졌다.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특히 안 원장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20대와 30대에서도 문 후보에게 밀렸다. 그들이 ‘안철수의 생각’과 ‘안철수의 행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자대결에서는 42.9%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이어 안 원장이 22.9%로 2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불과 일주일 전 조사 때에 비해 6.3%p가 하락한 수치다. 반면 17.9%로 3위를 차지한 문 후보는 4.5%p가 올랐다.
이런 상태라면 다자대결에서도 안 원장이 문 후보에게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지지 후보를 안 원장으로 바꿀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52.5%의 응답자가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들이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은 안철수 원장에게 표를 주느니, 차라리 대통령 선거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14일 양일 간 전국 성인남녀 148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4%포인트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동안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안 원장의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라는 응답이 월등히 높았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안 원장이 출마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출마해야 한다’(39.6%) 응답보다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49.0%)는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 격차가 무려 9.4%p에 달한다.
따라서 안 원장은 대선출마를 고집하거나 정치권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권력 나누기’의 일환으로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고 물러서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정당정치의 쇄신을 명분으로 독자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백번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철수의 생각’에 발목이 잡힌 안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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