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중도’ 포기...‘진보’ 선택
고하승
| 2012-11-05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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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결국 6일 후보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선문답’으로 일관해 오던 안철수 후보가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처럼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당 문재인 후보캠프의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그는 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계속 묵묵부답인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요즘 과거에 비해서 빠지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도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빠져나가자 위기의식을 느낀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사실상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다는 뜻이다. 실제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대 강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정치혁신 합의’를 내세웠으나, 각 언론은 사실상 ‘단일화 논의’를 하자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선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후보간 만남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자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제안을 환영하고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영등포 당사 기자실에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만날 것을 제안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안 후보가 먼저 제안 한 것이 아니라 문 후보 측이 먼저 제안 했던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셈이다. 누가 먼저 제안을 했고, 누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형태냐 하는 것은 사실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던 안철수 후보가 드디어 ‘중도’를 포기하고, ‘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안 후보가 회동의 전제조건으로 3원칙을 제안했다. 그런데 왜 민주당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해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면 새누리당만 기득권 세력이고, 민주당 특히 친노세력은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는 말인가?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 줄곧 탄압을 받았던 박근혜 후보를 기득권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자체가 모순 아니겠는가? 또 안 후보는 가치와 철학이 하나가 되는 단일화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진 건설 문제 등 각종 정책에 대해 그동안 줄곧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 왔었다. 그렇다면 이제 안 후보는 중도 정책을 포기하고 진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인가? 특히 안보 문제에 있어서 참여정부와 문재인 후보 측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안 후보의 입장이 이제 바뀐 것인가. 안 후보의 안보정책은 오히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과 더 가까웠었다는 점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이율배반 아닌가?
마지막으로 안 후보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미래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권력 나눠먹기’를 바뀐 미래라고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게 뭘까?
친이계가 득세하던 현실을 친노계가 득세하는 미래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런 미래가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나라에 중도성향의 유권자 입장을 대변해 줄 대권주자가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는 그들에게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그 희망을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그나마 안 후보가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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