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노, ‘분권형 개헌’ 밀월

고하승

| 2012-11-07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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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때 ‘노명박’이라는 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온 적이 있다.

‘노명박’이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의 합성어로, 친이계와 친노계의 연대를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아마도 이 대통령이 같은 당 소속인 박근혜 후보, 즉 원칙주의자에게 정권을 넘겨주느니, 차라리 적당히 타협이 가능한 야당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걸 바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두고 ‘재집권’이 아니라, ‘정권교체’로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던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설마’ 했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이계와 친노계의 밀월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대통령은 ‘분권형 개헌’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분권형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은 이 대통령이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손학규 등 여야 유력대선 후보들의 반대로 개헌론을 힘을 얻지 못했었다.

그리고 ‘분권형 개헌론’을 그대로 사장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이재오 의원 등 새누리당 친이계가 잇따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이슈 띄우기에 나섰고, 민주통합당의 친노계가 이를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 대통령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이재오 의원과 안경률 전 의원 등 친이계 전현직 의원 10여 명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분권형 개헌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어 청와대 회동 직후 이재오 의원과 안경률 전 의원은 최병국 이윤성 전 의원 등과 함께 서울 마포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나 분권형 개헌 운동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 친이계 핵심세력들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버리고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소리까지 들린다.

이들 친이계의 수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외교, 국방, 통일 등의 외치(外治) 업무를 관장하고 총리는 행정수반으로 내치(內治)를 맡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오 7일 박근혜 후보의 정치쇄신안 공약과 관련해 "알곡은 없고 쭉정이만 있으니 먹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집중된 권력에 대한 향수를 버려야 한다. 분권 없는 4년 중임제는 임기연장이며 장기집권에 불과하다"며 "갈수록 생각이 차이가 많다. 정당·국회·선거·검찰·경제 등의 개혁은 현행 헌법으로는 불가하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친노계가 이끄는 민주당이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후보가 어제 발표한 정치쇄신안은 그동안 민주당이 주장해왔음에도 거부해오던 제안들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놓는 뻔뻔함을 넘어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분권형 개헌은 빠진 채 4년 중임제 개헌을 언급한 점은 제왕적 발상이고 유신 독재로 회귀하겠다는 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힘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정권만 연장하겠다는 것은 장기집권을 넘어 종신대통령을 꿈꿨던 아버지를 따라 하고자 하는 박 후보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라며 "합법적인 개헌을 통해 유신독재로의 회귀를 꿈꾸며 이것을 정치개혁안이라고 내놓은 박 후보의 사고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적어도 ‘분권형 개헌’을 놓고 보면, 친이계와 친노계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만일, 친이계의 ‘분권형 개헌’의 뜻을 이어받은 친노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것을 ‘정권교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친이계 정권의 연장선인 ‘재집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이재오 의원이 주도하는 '분권형 개헌 추진 국민연합'이 이날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국회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마치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으로 비춰지는 이유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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