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텃밭 예산 챙기기' 혈안

'민원성 쪽지'로 올해 예산안 해 넘겨 처리… SOC예산 3710억 훌쩍

전용혁 기자

| 2013-01-02 17:11:00

[시민일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이 처리 되는 과정에서도 소위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지나친 지역 민원성 쪽지 예산으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고, 이명박 정부의 ‘형님예산’ 관행이 ‘쪽지예산’으로 바뀌었다는 비난이 거세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국회에서 처리된 새해 예산안을 살펴보면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5000억원 가량 줄어들었지만 지역구 예산이 대거 반영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 대비 3710억원이 늘어났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 있는 국립대구과학관 운영비가 당초 46억9400만원에서 12억원이 늘어난 약 59억원으로 확정됐다.

새누리당 황우여(인천 연수)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광역시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 지원에 615억원이 새롭게 들어갔고,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의 경우에는 목포대 천일염연구센터 예산이 40억원에서 10억원이 증액됐고 목포대교 폐쇄회로(CC)TV 설치(10억원) 항목이 신설됐다.

얼마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기춘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 을 지역의 경우 남양주 고용센터 설치에 3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갔고, 민주통합당 예결위 간사였던 최재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 갑 지역의 경우 하수처리장 사업에 추가로 11억원이 배정됐다.

반면 올해 국방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새해 전체 국방비는 34조3453억원으로 당초 정부안 대비 3287억원이 줄었다.

차기 전투기(FX) 사업에 1300억원, K2전차 597억원 등이 삭감됐고 특히 장거리 공대지유도탄(564억원), 상부구조 개편 관련 C4I 성능 개량(260억원) 등의 사업은 예산 전액 가까이 삭감됐다.

여야 실세의원들의 ‘쪽지예산’ 챙기기에 대한 비난은 정치권내에서도 터져 나왔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실세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변함이 없었다”며 “여야를 막론한 실세 의원들의 잇속 챙기기는 모 호텔의 밀실에서 역대 최다인 4500여건의 민원쪽지로 이뤄졌다고 알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지만 밀실에서 쪽지 민원을 통해 이뤄진 실세예산, 쪽지예산을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노력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 과정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의료비 보조 예산은 2824억원이나 삭감됐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SOC 토목사업 줄이고 지역 SOC 늘렸다고 선전하지만 여야 실세 의원들 지역구 토목분야 사업으로 들어갔다.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SOC만 줄어들었지, 지방은 늘어났다”며 “소위 지역예산을 쓰려고 다른 항목 훔쳐온 것인데, 예를 들어 내 자식이 배고파 도둑질했다고 변명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새롭게 창출한 예산이라면 몰라도 계수조정 차원에서 조정한 것은 훔쳐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내 지역구 챙기느라 복지 예산 줄였는데 기초예산 수급자들을 위한 복지예산은 생명을 위한 기초적 자금이다. 그런데 이 항목을 없앤 것은 절도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이해관계 대상자는 여야 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나라 예산 문제가 계수조정 차원에서 돌리는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행위인데, 추후에 가장 시급하게 바로 잡아야 할 행태”라고 역설했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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