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敗 책임전가 민주당, '계파의 덫'서 아직도 허우적
全大 앞둔 주류-비주류 갈등
이영란 기자
| 2013-03-20 15:25:00
[시민일보] 민주통합당 내 친노(친노무현) 등 범주류세력이 비주류 세력을 향해 집중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5·4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범주류와 비주류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0일 정가 관측에 따르면,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히는 문성근 상임고문이 당대표 선거 유력주자인 비주류 김한길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고문이 김 의원의 당원중심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범주류와 비주류 간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심지어 친노 김태년 의원은 문재인·이해찬 의원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친노 견제구= 문 고문은 전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혁신 10년, 그 현주소'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당직은 당원이, 공직후보는 국민이'라고 주장하는 분이 계신다"며 김 의원을 지목한 뒤 "언뜻 그럴듯하지만 당원중심제는 지난 60년간 성공하지 못한 제도"라고 포문을 열었다.
비주류의 좌장격인 김 의원이 당대표 선거 경쟁에서 한발 앞서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범주류 소속인 문 고문이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고문은 "그게 성립되려면 당원 구조가 튼튼해야 하지만 종이당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당원중심주의는 자칫 당의 진화를 거부하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민혁명의 역사가 없는데다가 독재 이후 정치혐오증으로 정당활동을 꺼리는 국민이 많고 그에 따라 당원 구조가 허약한 상태에서 당원중심주의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모아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민주통합당 대표는 민주진영의 얼굴이다. 당원은 물론 자발적인 국민의 참여로 뽑아 세워야 힘을 갖는다"며 김 의원의 당원중심주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그는 '친노 프레임'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국민 마음에 상처만 입히고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만 떨어뜨리고 있다"며 "시민참여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면 친노 라고 손가락질한다. 이 무슨 우매한 짓이냐"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인 문용식 위원도 "국민경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지자를 배제하고 당원 중심주의로 회귀할 일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한국식 정당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당원과 지지자를 결합한 게 한국식 정당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바일 투표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시민 참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왜곡 과장해선 안 된다"며 "당원과 대의원의 권한을 존중하되 (국민참여)선거인단이 급조되지 않도록 평소에 지지자를 제도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심지어 친노 인사인 김태년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 인사들인 문재인·이해찬 의원 역할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대선 패배 후 몸을 낮추고 있는 친노 인사들의 재기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경기도당 위원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우리 민주당의 큰 정치적 자산인 문재인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영도에서 헌신의 땀방울을 흘려야 하고 이해찬 의원도 고향 청양에서 민주당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해철·최민희·최재성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은 전날 오후 문성근 상임고문을 초청해 '정치혁신 10년 그 현주소' 토론회를 여는 등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비주류 공세= 그러나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친노-주류 그룹의 전대 불출마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김한길 의원은 지난 14일 당원중심주의를 주창한 바 있다.
당시 그는 "SNS를 활용하고 온-오프네트워크정당의 추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원이 당의 중심에 있고 거기에 지지자와 우호세력을 더해가는 것이 당세의 확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당내 범주류와 친노 계파를 겨냥, "당의 주인인 당원이 있어야할 자리에 계파 패권주의가 들어앉는 바람에 몇몇 실세가 공천을 주물렀고 결국 뼈아픈 패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비주류 정대철 전 대표는 전날 열린 민주헌정포럼 토론회에서 "5·4 전대에서는 비주류가 당권을 잡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두 번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5·4 전당대회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불출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도 "편리성은 있으나 불명확하고 검증되지 않은 제도"라며 "당심과 민심을 왜곡 반영하고 동원능력에 의해 좌우되며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로 폐지되거나 당분간 보류돼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의 무기력함의 원인인 계파 구조, 기득권 질서, 낡은 리더십을 청산하고 새로운 당내 대안세력과 리더십을 가시화하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며 "새로운 흐름의 형성은 기존 질서의 해체, 창조적 파괴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친노-주류의 전대 출마 문제와 관련해 “자숙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국민 앞에 지는 것이란 여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어렵고, 더욱이 전당대회는 축제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친노 패권주의(와 관련 있는 인사들) 또는 일선에서 선거를 지휘했던 책임자들, 이런 분들은 자숙하는 게 좋지 않냐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대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한길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당대회에서 새로 누군가가 대표로 뽑히게 되면 '아, 저 사람이 대표로 뽑힌 걸 보니까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분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보시지 않겠냐"며 범주류를 향해 우회적으로 불출마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차기 당대표의 리더십에 관한 질문에 "혁신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이기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가장 앞서야 되는 리더십은 혁신의 리더십이다. 우리 민주당의 구태를 깨고 제대로 변화하는 것을 실천하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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