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 필요하다. 그러나...

고하승

| 2013-04-16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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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건실한 중견기업의 오너인 모 회장과 점심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그분은 나름대로 국가관이 뚜렷하고, 충효사상이 남다른 경제인이었기에 만날 때마다 한수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그분이 최근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봇물처럼 쏟아지는 규제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대기업은 입과 같다. 입이 음식물을 잘 섭취해야 신체에 영양분이 골고루 배분되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식도, 위장, 대장과 소장이 ‘우리가 활발하게 움직여서 음식물이 잘 소화되도록 하는데, 왜 항상 입만 음식물을 받아먹느냐? 우리에게 직접 음식물을 투입해 달라’고 해서 식도나 위장 대장 등에 튜브를 꽂고 음식물을 투입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중병에 걸린 환자 모습 아니겠느냐?”

물론 그 사례가 조금 지나친 감은 있지만,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대기업 규제 논란을 지켜보노라면 상당히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선공약을 넘어선 수준의 강력한 규제법안이 일부 논의되고 있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추진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무죄 입증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
회가 해당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해야 했던 기존의 법안을 정반대로 뒤집은 셈인데 너무 지나치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겠지만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대선과정에서부터 강력한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를 걸었던 박 대통령마저도 최근 정치권의 규제가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부규제 개선 방향을 '할 수 있는 일'만 나열하는 포지티브(positive)에서 '할 수 없는 일'만 나열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경제민주화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푸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이것이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중소기업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경제민주화를 하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큰 스케일에서 미래성장동력에 대해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에 대해서 정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된다"며 "특히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많이 노력을 하는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선 때부터 줄곧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방향을 지지해 왔던 필자 역시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판단에 적극 공감하는 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기업을 적대시하거나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활성화 되면 중소기업도 활성화 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자리가 창출되면 그만큼 국민들의 삶의 질도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야 정치권은 4.2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민 표 결집’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에 대기업을 지나치게 적대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나서서 대기업의 투자 의욕을 짓밟는다면, 그 피해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우리 유권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대기업 규제 일변도로 나아가는 정치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가는 언제 우리가 실업자 신세가 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들은 아닌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성장을 걷어차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기업 활동 규제는 입이 미워서 식도나 위장에 구멍을 뚫어 직접 음식물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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