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위 가고 싶지만 자리 없고 정무위 가자니 안랩주식 발목
안철수, 상임위 배정 딜레마
이영란 기자
| 2013-05-01 17:19:00
[시민일보]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가 언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노회찬 전 의원이 속했던 정무위원회가 안 의원의 상임위가 되지만 안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1일 현재까지 정무위는 물론 교문위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안 의원 자신이 희망하는 교문위로 가려면, 교문위 소속 의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정무위로 자리를 옮겨줘야 하는데, 아직 그럴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교문위는 국토교통위원회와 함께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인기 상임위”라며 “그런 상임위를 안 의원을 위해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해서 안 의원이 정무위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안랩’의 주식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안랩 주식 186만주(18.57%)를 가진 대주주로 공정거래위,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에 가게 되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 주식은 팔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안 의원은 그럴 의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 정치 평론가는 “현재 안 의원 측은 안랩 투자자들이나 회사의 처지를 우려해 주식을 팔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자신이 보유 주식 때문에 당선 일주일이 넘도록 국회 상임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안 의원의 모습이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신문인 <민중의 소리>도 이날 데스크 칼럼을 통해 “안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하물며 이미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전’ 사장이 회사 경영을 도와주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며 “그런데도 투자자들이나 회사는 안 의원이 주식을 팔지 않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뜻과 무관하게 정치와 경제를 연결하는 음습한 욕망이 도사리는 대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울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보기 딱한 노릇”이라며 “안 의원은 즉각 국회 정무위를 배정받고,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이 새 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인으로서 당당한 자세”라며 “새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에 들어선 안 의원의 첫 의정 활동이 고작 자기 주식 지키기, 상임위 맞교환 타진이라니 대선과 보선 때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조차 혀를 찰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 "식당에서 줄서 가지고 겨우 빈자리에 앉았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 갈비탕 먹었다고 해서 새로운 손님이 또 갈비탕 먹어야 되는 법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앞에 있는 사람이 정무위 소속이었다고 해 가지고 뒤에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그 지역에서 당선된 사람은 당연히 정무위원회에 가야 된다는 것은 너무 기계적인 배치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안 의원이)주식 때문에 주식을 팔지 않기 위해서 안 가려고 하는 것 자체는 도덕적 윤리적인 어떤 평가는 가능하겠지만 그건 본인의 사정"이라며 "본인의 1지망 2지망 3지망이 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어떤 1순위 2순위 3순위가 있을 거라면 그런 걸 맞춰주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전 공동대표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제1당, 제2당이 모든 걸 독점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담합에 의한 비민주적 관행이 뿌리 깊게 지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전에 정무위원회 소속이었지만 정무위원장 뽑을 때 저는 제가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출마할 수도 없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누가 뽑느냐, 국회의원들이 뽑는데 그 여야 합의에 의해가지고 한명을 정해가지고 그 사람에 대한 찬반투표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반장 뽑을 때도 이런 방식을 안 쓰고 있다"며 "원내교섭단체들의 어떤 횡포에 가까운 담합구조에서 파생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씩 해보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국회법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인데, 국회법에는 교섭단체 대표들은 비교섭단체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 비교섭 단체들, 즉 20명 이상 돼 있지 않은 소속에 속해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상임위 배정권은 전적으로 국회의장한테 있다. 그럼 국회의장한테 얘기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그게 결사체의 횡포다 이렇게 얘기한다면 그건 국민들한테 잘못된,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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