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 다음 총선 한 식구로 뛴다”
윤여준 “생각 비슷해...언제든 손잡을 수 있어”
이영란 기자
| 2013-05-28 11:55:00
양승조 “가치 공유는 가능...연대는 절대 불가”
[시민일보]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그동안 잠복해 있던 안철수·손학규 연대설이 다시 등장하는 정황이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 싱크탱크인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손-안 연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게다가 안 의원 측과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부겸·김영춘·정장선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손 전 대표 측근으로 활동했었고,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김성식 전 의원이 안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정황도 '안-손' 사이의 핑크빛 소문을 기정사실화 해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손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28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노선이나 미래가치 등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종국에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 시기에 대해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다"면서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손 전 대표는 민주당 안에서, 안철수 의원은 안 의원대로 독자적인 힘을 키우는데 주력하다가 다음 총선에 즈음하여 하나로 뭉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그 때가 출마를 고민해야 하는 현역 의원들에게 '발등의 불'이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25일 시작한 손학규 측 '정치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와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정치 아카데미'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현역 지방의원 등 50여명이 1기 수강생으로 참여하고 있고 8월 초 독일에서 귀국하는 손 전 대표의 강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 의사를 표명하든 박 시장과 안 의원을 특수관계로 보는만큼 박 시장의 (손 전대표에 관한) 이번 행보는 여러 형태의 추측에 빌미를 줄 만 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안-손 간 교감설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
한 때 ‘안철수 멘토’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생각하는 게 비슷한 게 많이 있다. 생각이 비슷한 게 많으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 안철수 신당에 관해 "신당 창당이야 당연한 것 아니냐. 새 정치를 하려면 새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혼자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최장집 교수께서 안철수 의원이 만든 연구소 이사장을 맡았기 때문에 손학규 전 대표와 연결된다고 보는 건 무리한 추리"라며 "최 교수님도 그런 역할을 하러 들어가셨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다가)손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거기 갔지 않냐. 그런데 또 탈당한다는 처신을 쉽게 하겠냐"고 덧붙였다.
반면,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와 안 의원과의 연대는 가치를 공유하는 면에서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민주당을 도외시한다든지 민주당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민주당을 떠난 연대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양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가 당대표를 하던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 ‘손학규계’로 분류되고 있는 인사다.
그는 이날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손 전 대표와 안 의원의 연대설에 대해 “그럴 리 없다”며 이같이 일축했다.
양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민주당은 상수, 안철수 신당은 변수”라며 “민주당이 하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온건·합리적 이미지에 중도적 성향이 강한 두사람처럼 궁합이 맞는 정치인도 드물다며 둘 사이의 연대를 기정사실화는 분위기다.
특히 최장집 교수를 비롯해 손-안 사이에 연결고리가 될 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이달 초 손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최원식 민주당 의원과 안 의원 측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만난 것을 두고 사실상 양 측의 물밑접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차기 대권을 위해 두 사람이 잠시 손을 잡을 순 있지만 종국엔 손 전 대표가 안 의원을 위한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최장집 '내일' 이사장이 지난 25일 수습 노무사들 모임인 ‘노동자의 벗’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민주당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그것을 건설하는 데 내가 힘이 된다면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최 이사장은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보다 보수에 가깝다고 하는 생각은 가공적인 개념”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내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라며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노동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으로 구분되는 인사다. . 손낙구 전 민주노총 대변인을 보좌관으로 영입한 바 있으며, 안 의원도 노원병 보선 승리 이후 이수봉 전 민주노총 대변인을 보좌관에 임명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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