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편집국장 고하승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6-03 19:46:56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를 입증하는 일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영원할 것 같던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간의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안 의원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등 양측은 ‘연대’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4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에는 민주당이 안 의원을 배려해 후보를 내지로 않기로 결정했고, 결국 안 의원 당선에 민주당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마치 영역 다툼하는 수사자처럼 서로 ‘으르렁’ 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국회의장을 지낸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은 지난 1일 오전 경기 양평 쉐르빌파라다이스 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워크숍에서 기존 정치권에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의원을 겨냥, "중간지대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고문은 이어 "양비론을 내세워 여도 야도 아닌 중간지대를 설정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며 "정치에 대한 국민 혐오감에 편승하는 이 같은 노력은 바람직하지 않고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상임고문도 앞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 의원을 겨냥했다.
임 고문은 "새로운 정파 얘기가 나오고 나름대로 논리도 이유도 있겠지만 정치를 책임지고 역사를 감당하는 정치세력이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죽고 힘 빠지고 눈치보고 해선 안 된다. 헌신하면서 싸워나가고 재건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과 사활을 건 승부를 벌여야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같은 비판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4.24 재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의원 측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던 진보정의당 측은 요즘 안 의원에게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다.
실제 당시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의원은 "안철수 신당은 떠봐야 민주당 리모델링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노원병에 출마한 안 의원에게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오히려 안철수 의원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심상정 의원은 3일 "독점적 거대 양당구조를 깨려면 안철수 신당과 진보세력이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은 안 의원을 비롯한 새로운 세력들이 당장에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고 나가듯이 지금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아가 심 의원은 지난 30일에는 안 의원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새 정치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구체화 되느냐에 따라서 낡은 정치를 넘어서는 정치개혁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 ‘민주당 리모델링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했던 진보정의당이 요즘에는 ‘정치개혁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상생국회', '정쟁 없는 국회'를 강조하면서 묘한 공조체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안 의원이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기존 정당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수록 안 의원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될 거라는 위기감이 양당으로 하여금 서로 접을 만든 것 같다.
심지어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보니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불리하다.
이제 민주당을 도와야겠다"는 말까지 했다.
어쩌면 이게 살아 있는 현실정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정치, 그래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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