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아들 '페이퍼컴퍼니' 수사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6-04 15:12:56
이름조차 거명하기 싫은 전두환 전 대통령, 그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기업)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가 사실상 국내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이른바 '유령회사'를 차려놓은 것이다.
4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란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전씨는 영문이름 'Chun Jae Kook'으로 이 회사의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재됐다.
전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대행업체는 PIN(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 중개업체는 PKWA(싱가포르 소재 법률사무소)로 각각 확인됐다.
전씨가 만든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달러 짜리 회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 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2004년 8월13일 열린 이사회에서 단독 등기이사로 등재됐으며, 전씨는 등기이사의 주소로 자신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도서출판 업체 '시공사' 본사 주소를 기재했다.
특히 블루 아도니스의 법인 계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이 은행은 소매금융은 취급하지 않으며,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비밀계좌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을 놓고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이곳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가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뇌물로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 만료시일을 코앞에 둔 아직까지 1672억여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추징 시효가 만료되는 시기는 10월11일이다. 이때까지만 버티면 추징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조세도피처 불법탈세를 통해 미납추징금 1672억과 서울시지방세 3000여만원을 내지 않고 국정농단과 국민우롱을 반복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이제는 단호한 사법정의를 실현할 때가 왔다.
따라서 검찰은 전씨가 언제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했고 운영자금은 어디에서 흘러나갔는지 철저히 밝힐 필요가 있다.
국세청도 전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도서출판 '시공사'에 대해 즉각 탈세 혐의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전 씨가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페이퍼컴퍼니(서류상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뉴스타파는 “전 씨가 블루 아도니스와 연결된 해외 은행계좌로 자금을 움직이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전씨의 페이퍼컴퍼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런데도 우리 검찰이 그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거나 국세청이 탈세혐의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클 것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전두환 비자금 전모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경제난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런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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