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신뢰프로세스 기대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3-06-09 12:30:40
드디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됐다.
이번 실무접촉은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2011년 2월 열린 제39차 남북군사실무회담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3차 핵실험, 개성공단 잠정중단 등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에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오전회의는 9일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돼 11시에 종료돼 약 45분간만 진행됐을 뿐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날 회담은 상당히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
세계 주요언론들도 이날 판문점에서 시작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비중 있게 긴급기사로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AFP통신은 이날 오전 10시27분 `긴급기사`로 "수개월간에 걸친 긴장 상황을 완화하고 남북공단(개성공단) 조업을 재개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시작됐다"며 남북 실무접촉을 보도했다.
신화통신도 오전 10시37분 이번 실무접촉 소식을 `2년 만에 열린 남북 간 첫 회담`이라는 제목의 `긴급기사`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회담이 201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당국 간 회담이라고 전하며 실무접촉을 통해 앞으로 열릴 장관급 회담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AP통신은 `긴장 끝에 남북대화가 성사됐다`는 서울발 기사에서 양측이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화해를 이루기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CNN, BBC 등 세계 주요방송들도 이번 실무접촉 소식을 긴급뉴스 등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의 이목까지 한반도에 쏠려 있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남북간 신뢰기반이 쌓이고 바람직한 남북관계가 정립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 당국은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만 한다.
나아가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 탈북자 문제 등을 해결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은 통일의 원칙인 만큼, 이번 실무접촉에서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을 기념하는 공동행사의 추진을 보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실무접촉이 남북간 회담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화해·협력으로 나가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즉 남북 당국 모두 일방적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실효성 있는 남북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 만일 남북 어느 한쪽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 선결조건 등을 제시해 대화 자체를 무산시킨다면, 그 쪽이 어느 쪽이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실천하는 방안일지도 모른다.
물론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완성은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루어진다.
또 그렇게 돼야만 한다. 하지만 남북대화의 선제조건으로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비핵개방 3000’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해 비핵화가 전제되지는 않지만, 완성하려면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밝힌 3단계 민족공동체통일 방안도 1단계인 평화정착 단계를 거쳐 2단계인 경제공동체 건설 단계부터는 분명하게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1단계부터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영리한 계획이다.
어차피 비핵화 문제는 남북대화만으로는 풀 수 없는 한계가 있다. 6자회담 등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 대화에서 무리하게 비핵화를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상황인데, 굳이 선(先)비핵화 전제조건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하면 된다.
모쪼록 이제부터 박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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